시진핑 방한이 한국에 남긴 숙제

2014.07.08 20:36
최종건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동칼럼]시진핑 방한이 한국에 남긴 숙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한국을 다녀갔다. 시 주석은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안보정책을 보좌하는 핵심 인물들을 대동했다. 여러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의 결실도 있었다. 한반도 내 핵무기 개발을 확고히 반대하는 입장을 양국은 같이했다. 올해 안에 양국의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기로 합의하였고, 2015년까지 3000억달러의 무역규모와 양국 국민 1000만명 교류 시대를 열기로 결의하였다. 양국의 화폐가 직거래되는 시대가 열린다. 또한 양국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이심전심으로 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공적인’ 한·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속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혹자는 한·중 밀월 시대가 열렸고 한·미 간에 균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한다. 더 나아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한국이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3각 협력구도에 한국이 친중국 국가가 되는 것이 동맹체제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한다. 중국이 우리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가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해서라는 발언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냉전적 진영논리에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를 넣어놓고 우리 스스로 선택을 강요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지경이다. 중요한 것은 동맹 그 자체도 아니고 친중 외교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한국의 이익이 무엇인가라는 뼈저린 시대적 철학이다. 그것이 시진핑 방한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아닐까.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한다. 경제적으로 허약해졌지만 아시아로 회귀하겠다고 공약한 미국은 일본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역안보를 위해 미국의 대리인을 자임하고 자국의 이익을 챙긴다.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우리의 영토주권과 식민의 역사를 부정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뒤에 서서 한·미·일 공조를 외치면서 북한에 일본판 ‘햇볕정책’을 실시하여 대북제재를 해제한다. 한·미동맹의 존재적 이유가 대북억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대북억제를 위해 억지춘향격으로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의 필연성을 주장해야만 한다.

2013년 기준 한·중 간의 교역규모가 약 2300억달러다. 한·미 교역규모가 1100억달러, 한·일 교역규모가 약 950억달러다. 그리고 우리는 한·중교역을 통해 연간 6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얻어낸다. 약 800만명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방문한다. 중국의 안정적 성장 없이는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복지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긍정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현실 그 자체다. 물론 중국도 우리의 고대사를 조작하고 임의대로 해석한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달래거나 혼내는 경우도 없다. 중국도 중국의 이익을 챙긴다.

이럴수록 우리는 동맹과 중국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 상상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어떻게 우리의 안보를 증대시킬지 그 방법론을 구상하고 한·중관계를 어떻게 진보시킬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곧 국익이라는 주장은 교조적이며, 오히려 우리의 이익반경을 협소하게 만든다. 한·미동맹의 목적은 군사적 대북억제이지 대중견제가 아니다. 일본에 대한 한·중 간의 대일 역사공조는 침략의 역사를 공유한 양국의 보편적 선택이다. 이는 한·미동맹과 별개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예측보다는 예측 가능한 안정적 관계로 발전시킬 묘안을 구상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들은 우리 스스로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선택이 아닌 세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균형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젊은 세대가 살아야 할 시대는 냉전적 진영시대가 아닌 이익시대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게 고약한 대립의 시대를 물려주고 싶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외교비전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 시진핑 방한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