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털린 구청’ 이해못할 직원들

2003.06.01 18:34

관공서가 양상군자(梁上君子)들의 단골 일터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청사가 지난달 21일에 이어 1일 세무과와 총무과 등 사무실 4곳이 털렸다. 불과 20여일 만에 수도권 관공서에서 5번이나 도난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일 오전 10시쯤, 경찰의 현장감식이 한창인 계양구 각 사무실 책상서랍은 서류뭉치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일부 직원의 책상위에는 빈 상품권 봉투와 뒤지다만 편지봉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2001년 12월 준공된 최신식 구청 청사가 2번씩이나 털렸음에도 공무원들의 대응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당직공무원들은 오전 4시50분쯤 절도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았지만 2시간이 훨씬 지난 오전 7시10분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특히 비상연락을 받고 출근한 직원들은 아무런 통제없이 현장을 돌아다녀 범행현장이 훼손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구청 공무원들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피해품에 대한 허위 신고도 경찰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60만원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모국장은 처음에는 1만원권이라고 신고했으나 뒤늦게 모 법무사가 두고 간 10만원짜리 수표가 확인되기도 했다. 도난당한 금품을 떳떳이 신고하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특히 관련 공무원들은 시민의 행정·신상정보가 얼마나 유출됐는지에는 관심밖이고 경찰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안중에도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조차 안하는 것은 물론 잃어버린 소도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쁜 형국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외양간을 관리하라고 위임한 국민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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