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조용한 외교’

2010.04.01 18:15 입력 2010.04.02 02:13 수정

[기자메모]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조용한 외교’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표기키로 했다는 소식에 정부·여당은 1일 예정에 없던 당정회의를 열었다.

부랴부랴 열린 당정회의의 결론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뚜렷한 대책이 단 한 가지도 나오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확고하고 단호한 조치”라는 추상적 단어만을 되뇌었고 그 ‘조치’도 “차분한 가운데,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로 이어간다는 일관된 의지에 바탕을 둬서” 취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으로는 일본의 교과서 문제를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더한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일본의 ‘독도 도발’에 ‘조용한 외교’로 대처하다가 뒤통수를 맞기를 되풀이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마네현 ‘독도의 날’ 조례 등 일본의 독도 강탈 야욕이 선명해지는 시점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 첫 일본 방문에서 “일본에 만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대가는 그해 7월 일본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돌아왔다. 다음해 1월과 6월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독도를 아예 논의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이날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한나라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은 현 정부의 독도 관련 ‘조용한 외교’ 정책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번처럼 교과서 등의 문제가 터져 국민적 공분이 높아질 때만 강력대응을 강조하곤, 얼마 안 있어 흐지부지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날 당정회의에서는 “우리도 교과서로 대응하자”면서 ‘대마도’까지 언급됐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 정서 따라 춤추는 포퓰리즘으로 비친다.

이날 회의를 통해서 당정은 결국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치겠다’는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독도의 운명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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