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언제까지 국토를 훼손할 것인가

2014.03.30 20:21 입력 2014.03.30 22:29 수정
박창근 |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해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위장된 운하사업이었고 물확보,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청와대는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말대로라면 대국민 사기극을 이끌었던 국토교통부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에서 영주댐 공사를 하고 있고, 최근 들어 내성천 하천정비 사업을 추가로 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사실 왜곡 수준이 도를 넘었으며 국가재정법까지 위반해가며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시론]국토부는 언제까지 국토를 훼손할 것인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영주댐은 입찰담합 등의 어두운 과거를 안고 있고, 홍수예방과 물 확보라는 국토부의 댐건설 논리는 부적절하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홍수 위험지구는 상류지역인데, 홍수 위험지역 하류에 영주댐을 건설해도 댐 상류지역의 홍수를 방어하지 못한다. 영주댐 타당성조사(2009년)를 살펴보면 홍수 편익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홍수대책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사업지역을 조사한 결과 가뭄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했는데 이는 결국 확보한 물의 사용처가 없다는 뜻이다. 타당성 없는 건설논리로 인해 쓸모없는 영주댐을 짓는 데 국민세금 1조1000억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영주댐 공사는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모래 흐름이 차단되어 댐 직하류에 위치한 미림마을 앞 하천은 장갑화 현상이 완료됐다. 즉 하천 내 모래가 다 쓸려 나가고 큰 자갈들이 하천바닥에 남는 현상이 이미 발생했다.

무섬마을의 경우 교각에서 최대 2미터 정도 깊이의 모래가 쓸려 내려갔고, 하류지역에 위치한 회룡포의 경우 눈에 띄게 백사장이 줄어들고 있다. 댐이 모래를 차단하기 때문에 댐 하류지역에서는 모래를 공급받지 못하므로 홍수 시 모래가 유실되어 백사장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보도해명자료(2011·8·12)를 통해 ‘회룡포 구간에서는 퇴적이 발생하여 현재 하상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모래가 쓸려 나가는 지역에 오히려 모래가 쌓인다는 주장은 아무리 논리가 궁색해도 심한 거짓말이다.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이미 하천의 자연적 모습을 상당히 훼손당했고 앞으로 더 황폐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적절한 대책 수립은 뒤로 한 채, 국토부는 약 800억원의 예산으로 내성천 정비사업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업은 내성천에 보를 건설하고 제방을 쌓고 자전거길을 만들고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4대강 사업의 전형적인 축소판이다.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2014·3·24)에서 ‘내성천 정비는 재해예방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채 이를 진행하려고 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공사비가 500억원 이상이라도 재해예방사업일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제외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일부 내성천 구간에 제방을 쌓기 때문에 재해예방사업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영주댐을 건설해 댐하류 지역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미 홍수로부터 안전한 지역에 홍수를 막는 재해예방사업인 내성천 정비사업을 추가로 한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내성천 정비사업은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며 따라서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국토부의 내부조직이 살아남기 위하여 엉터리 사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면, 국토부에 대한 다각적인 외부평가가 필요하다.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공무원들이 훈·포장을 받고 더 힘 있거나 높은 자리로 영전했고, 근거 없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공무원들에게 전혀 책임을 묻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이미 이 사실을 엄중하게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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