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왜곡된 영토교육

2014.04.04 21:11
안병우 | 한신대 교수·사학

4일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충격적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독도에 관해 5학년과 6학년 사회교과서 각기 네 종류 가운데 세 종류의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서술했다.

[시론]일본의 왜곡된 영토교육

이러한 서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 5종 가운데 5학년 교과서 하나만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서술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한 변화이다. 더욱이 현행 교과서는 독도를 “시마네현에 속한 다케시마” 정도로 서술했지만, 새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일본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는 기조로 기술했다. 독도를 서술한 교과서의 종류가 대폭 증가했을 뿐 아니라 서술의 강도도 최고 수준까지 높아진 것이다.

새 교과서들은 독도뿐 아니라 이른바 북방영토와 센카쿠 열도도 서술했다. 일본의 영토 문제를 크게 부각한 것이다. 해양 영토를 둘러싼 한·중·일 사이의 대립은 날로 격화되어 왔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립은 충돌 직전까지 갔고,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대립도 역사상 최악의 단계에 들어섰다. 이러한 대립이 결국 영토 교육의 강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가 교과서 서술로 나타난 것이다.

교과서의 역사관에도 문제가 있다. 임진왜란을 조선 ‘출병’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영토분쟁을 동일한 차원에서 평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한국과 중국 등 “세계 나라들과 상호 이해를 보다 깊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본을 둘러싼 조선반도(한국과 북한)·중국·러시아와의 현안으로는 영토 문제를, 미국과의 현안으로는 기지 이전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미쓰무라 도서의 6학년 사회 교과서). 영토 문제 발생의 원인과 전개 과정에 차이가 있으며, 근본 원인이 제국주의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가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서술하리라는 것은 영토분쟁이 격화되고, 그에 따라 독도를 일본 영토로 서술하도록 강제한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 개정과 중·고교 교과서 출판, 그리고 교과서를 서술할 때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 검정기준 강화 때부터 예상돼 온 일이다.

영토 갈등을 한 국가의 일방적 입장에서 교육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교과서에 서술된 대로 독도에 관해 배우게 되는 일본 학생들은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믿게 되고, 한국은 남의 땅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분노를 갖게 되는 것은 정의감이 충만한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웃 국가에 대해 근거 없는 분노를 가지면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친선이나 우호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교육이라는 방법을 통해 독도 문제를 다음 세대에게까지 넘겨주려는 일본의 시도를 막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묘안은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일본의 교과서 서술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관철시킬 방법은 마땅하지 않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에 대응해 우리도 영토 교육을 강화해 왔지만, 그런다고 독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 영토 갈등을 증폭시키고 지속시켜 나가는 행위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국제 여론의 환기와 한·일 공동역사연구위원회의 재개와 같은 정부 차원의 대화, 민간의 활동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근래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한·중·일 3국의 공동교재 발간, 한·일 간 영토 공동수업 같은 민간 교류를 통해 한·일 시민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독도를 포함한 영토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나아가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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