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일곱 빛깔 거짓말

2010.07.12 18:14
김태관 논설위원

거짓말에는 여러 색깔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하얀 거짓말, 노란 거짓말, 파란 거짓말도 존재한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한 구절이다.

[여적]일곱 빛깔 거짓말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약간 하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고, 죄 있는 거짓말을 까만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하는 거짓말은 칠색(七色)이 영롱한 무지갯빛 거짓말일 것이다.”

하얀 거짓말은 속아도 기분 나쁘지 않다. 산에 오를 때 내려오는 이에게 물으면 대개 이렇게 답한다.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실제로 가보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르는 이는 그 말에 힘을 얻는다. O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도 실은 거짓이다. 그러나 그것은 삶에 희망을 주려는 하얀 마음이 빚은 하얀 거짓말이다.

철부지 꼬마의 거짓말은 노란색이다. 속이 뻔히 보여도 한쪽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학교가기 싫어 꾀병을 앓거나, 주사 맞기 싫어 안 아픈 체하는 것 등이 그렇다. 인간은 원래 엉큼해서 한 살배기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갓난아기는 때로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으로 울고, 배고픈 체 칭얼댄다. 가령 1년11개월된 아이는 잠든 체하다가 엄마가 부르면 짐짓 코까지 곤다고 한다. 이런 거짓말은 색깔로 따지면 희지도 검지도 않은, 병아리처럼 귀여운 노란색일 수밖에 없다.

연인들의 내숭이나 거짓말은 연둣빛이다. “사랑해”라는 말, “예쁜데” “멋있어”라는 말은 들을수록 마음이 풋풋해진다. 뻔한 말이라고 해도 이런 말들이 오가는 청춘은 그 주위의 공기마저 상큼하다.

술자리에서 여성을 폭행했던 탤런트 최철호가 사과 회견을 하고 드라마에서 자진하차 뜻을 밝혔다. 여성 폭행도 비난받을 일이지만 “그런 일 없다”고 펄쩍 뛰었던 게 더 큰 문제가 됐다. 이 거짓말로 그는 오랜 무명생활 끝에 어렵게 얻은 인기를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인간은 하루에 200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 많은 거짓말 중에도 새빨간 거짓말을 했으니 문제다. 아니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 탄로나도 꿈쩍 않는 이들이 많은 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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