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소리 없는 친구’, 반려식물

2022.04.04 20:56 입력 2022.04.04 21:01 수정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반려동물에 이어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반려식물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트리플래닛제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반려동물에 이어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반려식물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트리플래닛제공

무늬둥굴레의 새싹이 다시 솟아났다. 1㎝의 검붉은 새순들이 삐죽삐죽 큰 화분을 가득 채웠다. 20여년 동안 한 번 어김이 없다. 그동안 뿌리를 분양한 게 몇번이던가. 야생화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봄이 온 것이다. 텃밭에 감자를 심고, 겨울을 이겨낸 쑥을 뜯고 쪽파를 캐 먹을 때다. 냉이는 벌써 앙증맞은 흰 꽃을 피운다. 식물들의 생명력, 그 소리 없는 아우성이 새삼 신비롭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반려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집 안팎에서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 식물과 재테크·인테리어의 합성어인 ‘식테크’ ‘플랜테리어’ 등 신조어도 낯설지 않다. 반려식물 시장도 급성장하면서 각종 관련 서비스까지 나왔다.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때 반려식물을 관리해주는 호텔,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해주는 병원이 대표적이다.

부쩍 높아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그 효과 덕분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서적 안정감이 워낙 크다. 언택트 시대에 교감을 나누며 ‘소리 없는 친구’인 반려식물의 위로도 받는다. 인테리어나 공기정화 효과 등도 크다. 실제 반려식물이 우울감,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 활력을 증진시킨다는 연구들도 드물지 않다. 굳이 연구 결과가 아니어도 돋아나는 새싹, 싱싱하게 자라는 잎과 줄기, 터질 듯한 작은 꽃망울, 그리고 각양각색의 열매를 보면 활기를 얻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1인 가구의 증가나 아파트 베란다 공간의 확대는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일상이 더 자유롭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 등도 반려식물에 대한 선호를 높인다.

화초가 삶의 동반자가 됐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격상된 것과 마찬가지다. 반려 동물·식물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급변하는 세상, 파편화된 삶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정서적 교감이 줄어들면서다. 너나없이 백아와 종자기 같은 ‘지음(知音)’이 없어 외로워서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시 ‘수선화’)이라고 한다. 나태주 시인은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시 ‘풀꽃2’)고 한다. 다시 식목일이 왔다. 저마다 마음 나눌 무언가를 찾고 심어 키워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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