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쏘·공’ 200쇄 자랑아닌 부끄러운 기록”

2005.12.01 18:15

1970년대 우리 사회를 읽는 교과서나 다름없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난쏘공)’이 200쇄를 넘겼다. 78년 출간된 이래 200번이나 인쇄기를 돌려 찍었을 만큼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읽혔다는 뜻이다. 출판사 이성과힘은 200쇄 돌파를 기념해 판화가 이철수씨 판화로 장식된 한정판 ‘난쏘공’을 냈다.

200쇄 출판을 기념해 1일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작가 조세희씨(63)는 “200쇄가 무슨 자랑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했다. 억압의 시대를 기록한 소설이 아직도 읽혀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30여년 전의 불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 책을 냈을 때 지금은 작고한 김현씨(문학평론가)가 ‘소설 좋다. 최소 8,000부는 팔리겠다’고 했어요. 8,000부면 당시 3쇄 정도 돌렸어야 하는 부수인데 200쇄까지 왔네요.”

책을 쓰던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난쏘공’을 썼던 70년대는 땅 밑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밟고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벼랑 끝에 ‘위험표지’ 팻말을 꽂는 의미로 소설을 썼습니다.”

작가는 ‘난쏘공’을 쓰던 시대 가졌던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비정규직이 8백50만명이라고 하죠? 그리고 정말로 살기 어려워졌다는 농민이 3백50만명입니다. 가장 일 많이해야 할 가장 1천2백만명이 희망없이 얼마나 슬프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들이 좀 편하게 살아보려는 저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는 오랜기간 사진기를 메고 시위현장을 쫓아 다녔다. 시위대와 함께 경찰에 떼밀려 넘어져 다치고 때론 같이 울면서 투쟁 현장에 동행했다. 이날도 기자간담회 직후 대학로에서 치러진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한편 조씨가 10여년간 집필에 매달린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는 여전히 구체적 출간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라고 작가는 밝혔다. ‘하얀 저고리’는 작가가 87년 ‘문예중앙’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단한 뒤 90, 91년 계간 ‘작가세계’에 분재한 소설로 2002년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었다가 작가가 최종 수정을 거듭하면서 출간이 지연되고 있다.

〈이상주기자 s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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