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잔재가 부정부패 키웠다”

2006.02.27 18:03

“친일잔재가 부정부패 키웠다”

과거사 청산을 목표로 탄생한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가 27일로 15돌을 맞았다. 15년 전 민문연이 태어난 2월27일은 조선이 일제와 불평등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지 115년째 되던 해였다.

2003년 연구소 소장직을 3번째로 물려받은 임헌영 소장(64). 그는 “민문연이 15년간 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살림과 핍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바른 역사인식을 지켜온 일꾼들과 이들을 지지해 준 국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부정부패 낳은 연결고리-

1991년만 해도 ‘친일 잔재 청산’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그런 가운데 민문연은 시민운동, 학문, 국민여론이 삼위일체를 이뤄 탄생했다. 임소장은 “민문연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큰 물결의 첫 물꼬를 텄다”고 발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과거사의 뿌리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고 그 잔재는 부정부패와 독재라는 속편을 낳았다”며 “그러니 일제 잔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라고 민문연의 존속가치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친일파 잔재 청산, 과연 끝을 볼 수 있을까. 임소장은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을 믿는다. 민문연은 식민지 잔재의 청산이 이뤄지면 부당한 권력의 폐해를 알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교육을 위한 영구적인 상설 전시관 및 자료관도 세울 계획이다. 더불어 “과거사 잔재가 이 땅에서 똑같은 비극을 잉태하지 않도록 계몽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의 녹을 먹고 뿌리를 내린 기득권 세력만이 장애는 아니었다”며 “재정의 열악함, 적은 연구진은 물론 자료와 증언, 증인을 찾기도 힘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한 역사적인 투쟁은 이제 많은 다윗들의 출현으로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2001년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예산을 전액삭감하자 다윗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네티즌들의 성원으로 단 11일 만에 7억원을 모았고 이후 국민성금으로 전환돼 지금까지도 후원금이 이어지고 있다”며 “박정희기념관 건립과 친일파 기념사업을 저지했고 일제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한·일협정 개정, 한·일 교과서 바로잡기에 나섰다”며 그간의 성과를 열거했다.

민문연은 2008년 친일인명사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임소장은 “이 사전의 출간이 민문연 사업 중 가장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지난해 말 1차 친일인사 명단(3,090명·국내인사)에 이어 올 연말에는 지방과 해외편 친일인사 명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산땐 모든것 바로서”-

임소장은 지난 25일 민문연 15돌 창립 기념식에서 ‘2010년 경술국치 100년 민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일제에 의해 학살·투옥·사상당한 인적 피해, 수탈 및 헌납당한 재산, 식민지 악법의 실체, 미해결된 전후 보상문제 등을 실증적으로 조사 정리한 방대한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다. 남북의 공동조사도 고려중이다.

그는 과거사 정리는 ‘국가적 낭비’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흑백논리는 일제 잔재와 그것이 낳은 독재와 편견에서 비롯됐다”며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고 바로 잡으면 모든 것이 바로 설 것임을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봉우 초대 소장을 비롯해 발기인 3명으로 출발한 연구소는 현재 상근자만 34명, 매달 1만원씩 후원하는 회원수만 5,000여명에 달한다.

〈글 심희정·사진 남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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