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 사망

2009.10.01 17:01 입력 2009.10.01 23:12 수정

에이즈 공포 대중에 알린 계기

현대의 발달한 의학 기술로도 아직까지 그 치료법을 알아내지 못한 질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1970년대 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에이즈는 1985년 오늘 배우 록 허드슨이 이 병으로 사망한 뒤에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허드슨은 1925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엔 정비공, 트럭 운전수 등으로 일하면서 배우가 될 기회를 노렸다. 단역을 전전하던 그는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거대한 강박관념>에 출연해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과 함께 연기한 <자이언트>로 인해 그의 스타덤은 확고해졌다.

[어제의 오늘]1985년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 사망

60년대 잇따라 나온 히트작에서 그는 남성적, 낭만적인 배역을 주로 맡았다. 깊고 감미로운 목소리, 짙은 흑발은 그의 상징과도 같았다. 실제 그는 심한 근시였으나, 영화 속에선 안경을 쓰지 않았고 사생활에서 역시 안경을 쓴 채로는 사진조차 찍지 않으려 했다.

영화 속에서 과시한 자신의 남성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는지, 그는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철저히 숨겼다. 한 여성과 3년간 결혼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이 결혼이 사실혼이었는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위장결혼이었는지는 뒷날에도 논란이 됐다. 스크린 위에서 단짝이었으며 실생활에서도 절친했던 배우 도리스 데이조차 허드슨의 성적 정체성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84년 에이즈 진단을 받은 뒤에도 그의 주치의와 홍보 담당자들은 병명을 간암이라고 밝혔다. 사신이 침상 앞까지 찾아왔던 이듬해, 허드슨은 자신의 병명을 솔직하게 밝혔고 심장병 수술 도중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비벌리 힐스의 자택에서 숨을 거둔 그의 유해는 화장된 뒤 바다에 뿌려졌다.

80년대 초반, 많은 과학자와 의사가 에이즈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이에 대한 연구에 힘쓰지 않았다. 이 병의 초기 희생자 중 상당수가 사회에서 적대시되던 동성애자였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허드슨의 죽음과 함께 에이즈는 소수 공동체에 한정된 ‘게이 병’에서 할리우드의 스타도 걸릴 수 있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배우 모건 패어차일드는 록 허드슨의 죽음이 “에이즈에 얼굴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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