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끝까지 달린다…“남 탓하면 스포츠 정신이 아니죠”

2021.08.03 21:46 입력 2021.08.03 21:47 수정

도쿄 올림픽 선수들 ‘빛나는 투지’

네덜란드 시판 하산이 지난 2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50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시판 하산이 지난 2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50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육상 선수 시판 하산
앞 선수 발에 걸려 굴렀지만
이의 제기 없이 일어나 ‘완주’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선
두 선수 어깨동무하고 걸어

여자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선
주저앉아 우는 경쟁자 격려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투지가 빛나는 장면들이 탄생하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리는 선수들이 스포츠 정신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에티오피아 태생의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은 2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5000m에서 14분36초7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승리는 경기 11시간 전에 벌어졌던 상황 때문에 더욱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하산은 이날 오전 여자 1500m 예선을 치르던 중 마지막 한 바퀴(400m)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자신의 앞에 넘어진 에디나 제비토크(케냐)에게 발이 걸려 함께 넘어졌다. 하산은 제비토크의 몸을 뛰어넘으려고 했지만 결국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AP통신은 “대부분의 선수들은 여기서 경기를 그만뒀을 것”이라며 “제비토크 때문에 넘어졌으므로 하산은 대회 측에 이의를 제기한 후 구제를 받고 결선에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산도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는 2초 만에 벌떡 일어났다. 그는 “나 자신에게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핑계대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산은 달리기 시작했고 다른 주자들을 한 명씩 제치더니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선 통과를 위해선 상위 6위 안에만 들면 됐지만 하산은 끝까지 질주했다. 하산은 “커피를 20잔은 마신 사람 같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산은 난민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네덜란드에 정착했다. 그해 15세였던 하산은 육상 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엘리트 선수들보다 늦은 나이였다. 2013년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한 그는 유럽이 주목하는 중장거리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5000m뿐만 아니라 1500m, 1만m까지 총 3개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 1일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선 마지막 곡선 주로를 달리던 아이자이어 주잇(미국)이 먼저 넘어지고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주잇에게 발이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망연자실하던 주잇이 일어나 아모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도 이들은 걷기를 멈추지 않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모스는 주잇에게 발이 걸려 넘어진 게 인정돼 4일 열리는 결선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여자 트라이애슬론에서도 선수들의 집념이 빛났다.

24위로 달리고 있던 로테 밀러(노르웨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클레르 미셸(벨기에)과 마주치자 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셸에게 다가가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힘을 얻은 미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이날 출전한 선수 54명 중 20명이 중도에 포기했으나 미셸은 결국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밀러는 미셸에게 “당신은 전사”라며 “이게 올림픽 정신이다. 당신은 올림픽 정신을 100%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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