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두잣대’ 갈등 증폭

2000.12.01 19:06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쇄신 의지가 드러나면서 여권 내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는 물론 해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은밀한 ‘암투(暗鬪)’가 그것이다. 단초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의 편차다. 현재의 주된 분위기는 현 정부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쪽이다.

김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서둘러 국정쇄신의 뜻을 천명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른 목소리도 상존한다. 현 정국의 책임을 상당부분 언론과 야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이 그것이다. 실제로 민주당내 동교동계 주변에서 떠도는 ‘항변’은 큰 흐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부 언론의 이해관계가 야당의 당리당략과 맞아떨어져 작위적으로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대포장된 면도 있지만 위기라고 표현할 만큼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한광옥(韓光玉)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이러한 인식차이에는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의 권력게임도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배경이야 어떻든 보다 중요한 것은 김대통령이 국정쇄신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민심이고 지금은 이를 어루만질 때”라는 청와대 한 핵심인사의 말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향후 해법도 갈린다. 당정개편의 중심에 서있는 여권 지도부를 전면 개편할 것이냐, 아니면 부분 개편할 것이냐는 논쟁이 대표적이다. 한 최고위원은 최근 “국정 1기는 고급옷사건 로비의혹으로 무너졌고 현재의 2기는 검찰 탄핵안 처리미숙과 각종 ‘게이트’로 비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면 개편론자들은 당3역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의 개편으로까지 언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현 상황은 동교동계 중심의 편협된 인식이 김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발생한 것으로 전면 체제개편 없이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키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부분 개편론자들은 그 원인을 자꾸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 개편의 상징인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의 유임설을 흘리는 등 보호막을 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실세그룹을 전면배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이른바 동교동계의 ‘역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쇄신의 폭을 놓고도 이견이 발생한다. 전면 개편론자들은 당정개편 이상의 근본적 치유책을 주장하고 부분 개편론자들은 일부 당직개편으로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한다. 여권이 국정쇄신책 못지않게 현 사태에 대한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받는 이유이다.

김대통령은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 당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국정쇄신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다. 김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김봉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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