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떨어지는 ‘보안법 폐지’

2005.01.01 09:22

여야가 31일 밤 과거사법안을 매개로 파행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파국은 막았으나 그 후폭풍은 아무래도 여권을 향할 전망이다. 신문관계법이라는 ‘작은’ 소득을 얻었으나 당초 내세운 개혁의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타협을 두고 일시 봉합일 뿐 새로운 시작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사학법 등 3대입법 논란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내용적 접점 찾기보다 논의 자체를 미룸으로써 핵심 뇌관들이 여전한 탓이다.

외견상 주도권은 여권이 쥔 듯하다. 여야 원내대표단의 ‘2+2’ 합의를 파기한 것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강경파들이 절충안을 수용하면서도 “오늘로 17대 국회는 사망선고를 받았다”(유시민 의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처리 전망은 여전히 난기류다. 당장 열린우리당이 보안법 폐지후 형법보완인 지금의 당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저항을 떠나 내부에서도 대체입법론의 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보안법 폐지라는 선명한 구호의 동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형주 의원은 “당내 의견이 다른 것이 확인된 상황이어서 보안법 폐지는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과거사법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안이 가진 정치적 배경 때문이다. ‘1945년~현재’까지를 다룰 과거사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논란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나라당이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나라당의 합의 파기의 실질적 원인이 과거사법이라는 관측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사립학교법과 국민연금법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사학법은 가장 먼저 2월 처리로 밀린 사안이다. 국민연금법 역시 연금액 하향조정, 기초연금제 도입 등 ‘많이 내고, 적게 받는다’는 국민감정과 직결돼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부의 갈등 노출이다. 보안법 대체입법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권파와 중진그룹의 알력은 상당한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의장이 31일 중진들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히고 문희상 상임고문이 31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경파를 향해 “무능의 정치”라고 비판하는 등 후폭풍이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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