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히자” “말자”…한나라 울타리 논쟁

2007.02.01 08:10

“보수 정체성부터 강화하자.” VS “중도 공략에 집중하자.” 한나라당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당 정체성, 여당 탈당파 수용 여부, 대통령후보 경선 방안 등 의제도 다양하다. 지향점은 하나다. 어떻게 해야 대선에서 확실히 이길 것이냐라는 ‘대선 승리 방안’이다.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세미나에서 권영세 최고위원(왼쪽에서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김영민기자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세미나에서 권영세 최고위원(왼쪽에서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김영민기자

한나라당은 31일 ‘당 정체성과 대선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중도층을 한나라당 편으로 만들어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은 다들 동의했지만 방법론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우파 정체성을 선명히 해야 보수 지지층과 함께 중도를 끌어올 수 있다’는 ‘집토끼 우선론’과 ‘당의 정체성을 왼쪽으로 한 클릭 이동해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산토끼 공략론’이었다.

당 쇄신기구인 참정치운동본부 유석춘 본부장(연세대교수)은 먼저 “노무현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 쟁점의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런 만큼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중간층을 우파의 스펙트럼으로 흡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중도 표방 전략’에 말려든다면 보수가 대세인 상황에서도 다시금 정권을 탈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는 특히 “김정일 정권 지원을 주장하고 국보법 철폐 등 북한의 대남노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당내 386운동권 세력 등 일부 ‘열린우리당 2중대’ 의원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균관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당 대통령후보 경선 출마를 준비중인 고진화 의원을 거명한 뒤 “대선 후보 경선의 장을 희화화하지 말고,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기 위한 선전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둬서는 안된다”며 탈당을 요구했다.

이에 고진화 의원은 “유본부장의 발언은 낡은 색깔론과 이념 논쟁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다. 개가 짖는 소리에도 대응해야 하는 당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유본부장의 사퇴와 당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반면 박형준 의원은 “대선에서 중원(중도)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이념 좌표의) 중간으로 옮기는 ‘아우르기’ 전략을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선 환경이 한나라당에 크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데 무리하게 자기의 색깔을 뚜렷이 해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쫓아오게 하는 ‘갈라치기’ 전략은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박의원은 또 “우리편의 목소리에 묻혀 국민의 목소리가 그것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편 청중의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며 “때로는 경쟁자의 청중과 중간지대의 청중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넓히자” “말자”…한나라 울타리 논쟁

이런 논쟁의 흐름에는 여권 인사 수용 문제도 녹아 있다. 강재섭 대표 등이 “철새 정치인이 국민 정서에도 반하고 선거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며 거듭 탈당파 입당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선별 수용론’이 잇따르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철새 정치인은 좋지 않지만 새로운 사람과 정치에 대해선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며 “다만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옮겨다니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영입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뒷날’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후보 경선 방식과 시기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민심 대 당심(黨心)의 반영 비율이 5대 5이고 최대 4만명이 참여하는 ‘체육관 선거’로 6월에 치르도록 돼있는 현행 방안으로는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부족한데다 예비 대선 후보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있어 갈수록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1일 당 홍보본부장인 심재철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바람몰이와 흥행을 동시에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2000원 이상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수십만명의 책임당원 모두에게 전면적으로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영·박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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