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심사위 역할에 회의론… 위원들 실권 없고 친정부 인사 일색

2013.01.30 22:35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비리 측근 특별사면’을 강행하면서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에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사면심사위 구성이 청와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인사들로 이뤄지고, 단순한 자문기구여서 실권도 없기 때문이다.

사면심사위는 지난 25일 위원 8명이 모여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형량의 3분의 1도 채우지 않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 대통령 측근 인사를 사면하는 데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면심사위 구성에서부터 대통령 전횡을 막을 수 없는 구조란 점이다. 사면법상 사면심사위원장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되고, 나머지 위원 8명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게 돼 있다. 이들 중 4명 이상은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역시 법무부 장관이 친정부 인사들로 위촉하면 그만이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 등 민주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의 사법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 등 민주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의 사법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현재 권 장관 외에 공무원 몫 당연직 심사위원은 길태기 법무부 차관, 국민수 검찰국장, 오세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3명이다. 이들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검찰의 고위직이다. 4명의 외부 위원도 다수가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다. 홍철 지역발전위원장은 ‘영포회’의 창립 멤버로 알려져 있다. 박준우 전 주벨기에 유럽연합 대표부 대사 역시 오랜 기간 외교관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사면심사위의 권한 제약과 불투명성도 문제다. 사면심사위는 자문 성격의 기구이기 때문에 ‘사면 부적정’ 의견을 내도 대통령이 강행하면 막을 길이 없다. 심사위원들이 부적정 의견을 낸 경우에는 법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않게 돼 있고, 회의록은 5년 후에야 공개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 권한이 없는 사면심사위가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악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30일 사면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면위 심사를 거치기 10일 전 법무부 장관이 위원 명단 및 개최 일시를 국회 법사위에 통보토록 하고 있다. 또 위원회 외부 위원을 ‘4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해 외부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하고 외부 위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와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해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는 위원이 2명씩 포함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심사위원 명단과 경력사항 및 심의서는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개토록 했다.

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최근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위원직을 사퇴해 9인이 아닌 8인으로만 특별사면을 심사했다”며 “법적 하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 이번 사면의 위법적·위헌적 요소를 고려해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이혜미 조사관은 이날 발간된 <이슈와 논점>의 ‘현행 특별사면제도의 개선 과제’ 자료에서 “사면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면대상자 선정에 제한을 두거나 사면 단행에 있어 시간적 제한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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