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떨어져야 새 잎”…353일 만에 ‘문’ 뒤로

2016.01.27 22:45 입력 2016.01.27 23:17 수정

더민주 대표 사퇴 문재인 “호남 유권자들의 좌절, 가슴 아파”

후보 지원·총선 불출마 선언…‘제1야당 분열’ 과오로 남을 듯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63)가 27일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2·8 전당대회 이후 353일 만(재임 354일)에 ‘당원 문재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분열과 갈등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혁신 원칙을 지키고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b>마감하는 문…시작하는 김</b>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353일만에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마감하는 문…시작하는 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왼쪽)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353일만에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문 대표는 전대에서 자신의 운명을 ‘세 번의 죽을 고비’에 빗대 표현했다. 첫 고비(대표)에 이어 두번째 고비(당을 살리는 것)는 가까스로 넘겼지만 세번째 고비는 4·13 총선 이후 성패로 최종 판가름난다.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 나온 문 대표 표정은 밝았다. 문 대표는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했던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354일’은 실제 ‘도전’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죽을 고비’와 만날 거라 했던 ‘예언’은 적중했다.

대표가 된 지 석 달도 안돼 치른 4·29 재·보궐선거 참패는 첫 위기였다. 선거 패배를 책임지라는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문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 놓을까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사퇴문을 준비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재·보선 참패 후 당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혁신안을 준비했지만 당내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문 대표의 ‘소통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 관계자는 “대표는 혁신에 반대하면 ‘흔들기’라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혁신안 지키기’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지만 주류 내에서조차 ‘고집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급기야 당 대표직까지 재신임에 부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오랜 상처는 결국 곪아터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탈당 행렬이 이어졌다.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호남 여론은 들끓었다.

비주류의 대표직 사퇴, 혁신 전대 요구에 ‘문·안(철수)·박(원순) 연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욱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문 대표는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다”고 고백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쓰라린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제1야당의 분열은 결국 ‘문재인의 354일’의 어두운 면을 규정하는 ‘과(過)’로 남을 공산이 크다.

‘대표직 사퇴’를 걸고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데려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새 인물들이 당을 찾았고 온라인 당원 모집에선 10만명이 몰렸다. 단숨에 당 지지율을 회복했고, 본인도 차기 대선 지지율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 고비가 임박했다. 4월 총선이다. 문 대표는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내 정치적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에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걸었다. 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임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표는 총선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측근들은 “불출마한 뒤 전국의 당 후보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을 잘 부탁합니다’라는 대표직 사퇴글에서 “낙엽이 떨어져야 새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문장은 ‘당원 문재인’이었다. 당 대표 운명은 여기까지지만, 아직 그가 맞닥뜨릴 운명은 첩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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