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개헌 들고 돌아온 손학규

2016.10.20 22:30 입력 2016.10.20 23:57 수정

“명운 다한 6공화국 대통령 될 생각 없다”

“정치·경제 새판 짜기…당적도 버리겠다”

<b>쏟아지는 질문들</b>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계복귀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쏟아지는 질문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계복귀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69)이 20일 정계복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2년3개월 만의 정계복귀 화두로는 ‘개헌’을 통한 ‘새판짜기’를 꺼냈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 경기 수원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해왔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계복귀 기자회견에서 “명운이 다한 6공화국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다”면서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당적도 버리겠다”고 밝혔다. 회견문 제목도 ‘국민에게 갑니다’였다.

손 전 고문은 결국 새판짜기 통로로 ‘개헌’을, 이를 위한 실행 전략으로 ‘민주당 탈당’을 택했다. 당분간 ‘제3지대’에서 개헌 세력 결집에 주력할 공산이 커 보인다.

기자회견에선 구체적 개헌 구상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수명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생각은 없다’면서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진 경제성장 엔진을 달아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란 말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다. 6공화국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갈 수 없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때맞춰 개헌 세력들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파들은 손 전 고문과 접촉해 개헌 동참을 호소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손 전 고문에게 ‘개헌 대통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세력이 부족한 손 전 고문, 구심(대선주자)이 없는 개헌파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고리가 개헌”이라고 말했다.

‘여권 반기문, 야권 문재인’으로 집약된 현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방법이 개헌이라는 데 공감했다는 뜻이다. 개헌과 맞물려 야권 일각에선 ‘제3지대 통합경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손 전 고문이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들이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에 ‘문재인’이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는 한 손 전 고문 위상으론 내부 주도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손 전 고문은 민주당 내 손학규계 의원들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건물 한 카페에서 만나 탈당 의사를 전했다. 이찬열 의원 등 일부는 동반 탈당을 고심 중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밤 이 의원의 진위를 파악하는 등 연쇄 이탈 차단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도 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출간된 저서 <강진일기>에 안 전 대표와의 뒷얘기를 담았다. 안 전 대표가 입당을 제안하자 그는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자”고 답했다.

문제는 정치적 효과다. 개헌은 집권세력이 주도하지 않는 한 힘을 받기 어렵고, 대선을 앞둔 정략적 재편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내년 1·2월까지 개헌 세력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백의종군’ 진정성도 의심을 받게 된다. 반복된 탈당과 4·13 총선 실기, 취약한 세력 기반은 갈 길 바쁜 손 전 고문에겐 높고 험한 관문이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당과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는데 탈당하게 돼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민주 → 민주당

경향신문은 20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약칭을 ‘민주당’으로 표기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을 의결하면서 약칭을 ‘더민주’와 ‘민주당’ 등 두 가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언론에는 약칭 사용 시 ‘민주당’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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