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미래](중)울타리 안에서 본 보수
미래통합당 김영우 의원

“미래통합당은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적 문맹이 됐다.”

4·15 총선에 불출마하고 3선을 끝으로 국회를 떠나는 통합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인터뷰하면서 보수가 처한 현실을 ‘문맹’에 비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에도 반성과 변화 없이 안주한 결과 “보수가 ‘국민 밉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의 현실 인식 능력이 부족한 이유를 ‘현직’ 기득권에서 찾았다.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져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동안은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라면 벌써 망했다. 절박하지 않다 보니 ‘보수가 뭉치면 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했다. 당이 극우 유튜버 등에 휘둘리는 것도 비판했다. “극단적 목소리를 진짜 여론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집단 최면’에 빠져 있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다만 총선 참패를 보수가 지향한 가치의 몰락으로 연결짓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는 여전히 중요하다. 반공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이런 추상적 가치를 세련되게 표현하고 생활밀착형 구호로 만들어내는 것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따뜻한 보수’로 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100%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게 보수의 길이지만 경쟁에서 밀려난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보적 정책으로 보수 권력을 강화한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를 예로 들었다. 김 의원은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을 도입하는 등 복지정책을 설계했다”며 “보수라면 국가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고 대안세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변하지 않고 지키는 게 보수가 아니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게 진짜 보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보수정치의 재건 조건으로 의원 개개인의 독립성 강화를 들었다. 그는 “당론이 너무 쉽게 결정되고 의원들도 깊은 고민 없이 따라가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 헌법 46조를 언급했다.

보수의 세대교체를 위해 당내 자산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당에서 훈련받은 의원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기능 강화도 역설했다. “선거에 이기려면 정확한 현실 분석이 중요하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