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이 정도면 잘 됐다”?…국민 눈높이 멋대로 재단하는 윤석열 정부

2022.05.04 15:57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검증이 이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요.”

한 대통령직인수위 인사는 지난 3일 이렇게 말했다. “아직 청문회가 끝나지 않아 총평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국민 눈높이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4일 인수위 일각에서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큰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는 없었다는 자평도 나왔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직후의 반응들이다. 김 후보자는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재단 장학금을 받아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다.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고급 음식점에서 제자의 논문 심사를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받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태도는 더 뻔뻔했다. 정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의 가치로 당선됐는데 본인은 부합하나”라고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의 비교에는 “왜 다른 분과 비교가 돼야 하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들이 뻔뻔하다고 한다”는 질의에는 “국민들께서 잘못된 사실로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못된 언론보도의 피해자라는 식이다.

이렇게 국민 눈높이를 자기식대로 해석한다면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 윤 당선인은 지난달 13일 인사를 두고 “원칙은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서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말뿐이다.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인사 기준이나 원칙을 밝힌 적이 없다. 판단 기준을 제시해 놓지 않고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각종 논란을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미세하고 세세한 부분에 대해선 인사청문회나 언론 검증을 통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이 언론과 인사청문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검증 책임을 언론과 국회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한 후보자는 국무위원 제청권자이다.

윤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는 ‘공정’과 ‘상식’이다. 많은 시민들이 다수 내각 후보자의 ‘불공정’과 ‘몰상식’에 혀를 차고 있다.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인사 기준과 절차부터 밝혀야 한다. 인사 추천·검증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먼저 “검증은 잘됐다”는 자화자찬부터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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