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서울·도쿄서 고위급 외교 접촉… 갈등 봉합 논의한 듯

2012.09.01 00:27

양국 1차관·대사 비공개로 만나… 일서 요구

서울과 도쿄에서 31일 한·일 간에 비공개로 고위급이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주 동안 이어온 한·일 외교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1차관은 이날 오후 늦게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면담했다. 도쿄에서도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차관이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불러 만났다.

한·일 양측은 이날 각각 접촉에서 독도 및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관계 전반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접촉 제안은 일본 측에서 먼저 나온 것”이라며 “상대방을 초치해 항의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외교부 간 의사소통을 하는 차원에서 성사된 면담으로 진지한 대화가 있었다”며 “다만 현재 양국이 뭔가 합의하거나 그럴 상황(분위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9월7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아직 양측 모두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정상회담 제의는 없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날 회동은 미국 정부가 한·일 외교갈등 이후 처음으로 양국에 모두 자제할 것을 촉구한 뒤에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에 대한 배경설명에서 “최근 한·일 양국 간 일련의 긴장 사태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양국에 대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제와 침착,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비공식적인 대화, 대면 접촉, 기업 차원의 시도 등 한·일 양국이 21세기의 동반자로서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조처를 할 것을 권한다”면서 “한국, 일본 양국과의 개별적인 양자 접촉에서 이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음으로써 큰 비중을 두고 추진해온 한·미·일 3각 군사협력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왔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29일 일본 참의원에서 노다 총리 문책결의안이 의결된 이후 일본 국회가 정지되며 양국 간 갈등이 당분간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양국 정치인들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상대방을 때리며 국민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 간 봉합 노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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