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인터뷰

“북한을 동맹으로 만들자” 임호영·브룩스 한·미 두 장군의 파격 제안

2021.08.04 14:25 입력 2021.08.04 14:47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예비역 대장)이 4일 용산 전쟁기념관 군사학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예비역 대장)이 4일 용산 전쟁기념관 군사학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명의로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라는 기고문을 냈다. 예비역 미군 대장과 한국군 대장이 같이 기고를 낸 것은 처음이다. 두 예비역 대장은 미·중관계 전문가인 조현승 박사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기고문을 완성했다. 임 부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으로부터 4일 공동 기고문을 낸 배경과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들었다.

·‘북한을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끌어들이자’는 것은 큰 전략적 목표

·“핵을 가진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이 들어올 수 있다”

- 공동 기고 배경은.

“나하고 브룩스 사령관은 임기를 마친 후 한·미 동맹의 역사와 본질에 대한 하나의 지침서를 책으로 쓰기로 했다. 이것은 한국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을 모두 담은 것이 될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다. 이것을 ‘포린어페어스’에서 알고 공동 기고문을 제안했다. 당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전에 조언의 성격을 담은 기고를 하려고 했는데, 포린어페어스 내부 사정으로 게재가 늦어졌다.”

- ‘북한을 동맹으로 만들자’는 파격적인 제안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북한을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브룩스 사령관과 몇 차례 토의를 했다. 우리가 군인이지만 전쟁하지 않고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라는 체제를 우리 측으로 끌어들이면 핵문제와 통일, 북한 동포의 생활 문제 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큰 전략적 목표를 그렇게 잡은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단순한 비핵화가 아니라 사실상 통일된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물론 과정이 지난할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군정치’ 대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에 한·미가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핵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한·미가 부닥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점진적으로 우리가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오는 게 효과적이다.”

- 한·미 정상은 ‘전략적 신중(Strategic Deliberateness)’ 정책으로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성급함을 드러냈다. 둘 다 잘못됐다. 전략적 신중은 단계적으로 느리지만 한 방향으로 꾸준히 가자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미동맹 재강화의 시발점이다. 긍정적이다. 국내 대선 정국에서도 이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

- 북한은 과거 남측의 햇볕정책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전제가 있다. 한·미동맹의 높은 결속력과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교적 우위를 가지고 북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준다는 게 아니라 상호 신뢰가 구축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북한이 대가를 주지 않고 열매만 챙길 수는 없다. 북한도 믿을 수 있는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큰 틀의 방향으로, 전략이자 목표다. 안되면 다른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 기고문에서 언급한 ‘인도적 지원→ 종전협정→ 경제지원→ 평화협정’의 의미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큰 틀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은 군사적 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만든 것 아니겠는가.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은 ‘확장 억제’라는 별도의 정책으로 가겠지만, 북한의 변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경제 위기 해결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낼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편입될 수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연합뉴스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내야 한다는 게 전략적 목표”

·중국은 ‘샤프 파워’로 보복

- 기고문의 핵심이 가만히 보면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떼내서 우리한테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전략적 목표를 갖고 고난의 시기에 도와주면 궁극적으로 핵 위협도 사라지게 된다. 단계, 단계별로 가면 된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의 방해가 들어오면 막아내야 한다. 6페이지 기고문은 전략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 한·미관계가 밀착될수록 중국의 방해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2016년 1월에 4차 핵실험을 하고 4월부터 10월까지 ‘무수단’이라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긴급한 사태여서 배치됐다. 무수단을 방어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방어수단이 사드였다. 사드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되찾고자 하는 방어적인 행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 관광 금지, 롯데마트 불매운동 등과 같은 ‘샤프 파워’(막대한 시장과 경제력을 무기로 기업이나 다른 나라를 위협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로 보복했다. 샤프 파워는 군사력·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나 문화적 힘인 ‘소프트 파워’와 성격이 다르다.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샤프 파워 등을 통해 한·미동맹를 약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동맹이 약화된 이유는 안보를 정치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보의 정치화 개념은 무엇인가.

“훈련 문제가 대표적이다. 군은 기본적으로 훈련을 해야한다. 훈련장 소음을 이유로, 정치적 표를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군의 기준까지 무너뜨리는 것이 안보의 정치화다. 훈련 문제는 국내 정치적 압박이나 여론을 따라 가면 안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가 열어 줘야 한다. 안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훈련을 할 수 없으면 알래스카나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은 한·미동맹의 약화이자 군사적 손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이용했다. 훈련장 문제 역시 국내 정치의 포퓰리즘 성격이 있다. 이는 한·미 군사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안보 문제가 포퓰리즘적 정치 구호에 취약해질 수 있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ICBM추정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ICBM추정 미사일. 연합뉴스

·“평가도 못하면서 전작권 조기전환 얘기는 모순”

·“북한 핵과 WMD 전담하는 전략사령부 필요하다”

·“군인의 제1 덕목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

- 한·미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은 전작권을 빨리 가져가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중 패권 전쟁이 벌어지면서 신중해진 분위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작권 전환은 국가와 국가가 합의한 사항이다.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와 시스템이 안돼 있다. 한·미연합훈련도 안 돼 있는데 어떻게 평가를 하나. 정부가 전작권을 빨리 가져오고 싶으면 이미 합의된 사항에 대해 협상을 다시 하면 된다. 문제는 과거에 합의된 사항을 이행도 못하면서 전작권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 군 내부에선 “미국이 전작권에 무관심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자국 국가 이익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전작권 안준다는 얘기는 한번도 안했다. 미국이 전작권 안준다는 것은 한국 측의 지레짐작이고, 느낌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게 정치 외교 협상이다. 가령, 미국이 동북아 위협을 얘기하면, 그 위협이 뭐냐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확실하게 하고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그런데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능력 2단계 검증(FOC·완전운용능력) 평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전작권 조기전환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 미사일 능력 확충으로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대한 맞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육해공군과 별도로 전략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WMD(대량살상무기)에만 대응하는 전문적인 사령부를 가져야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현실화시켰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실상 ‘평양’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된다. 특히 평양 능라도를 중심으로 조성된 북한 지휘부가 핵심이다. 북이 핵·미사일을 한국을 향해 쏠 조짐을 보이면 탄도미사일을 퍼부어 평양 지휘부를 초토화해야 한다. 미사일은 더 넓은 얘기다. 한·미동맹도 유한하다. 북한 핵 위협이 해소되면 그 다음은 주변국이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국력이 강하다. 갈등이 생길 경우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된다. 비대칭 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이다. 특히 병력 자원이 부족해지고 복무 기간이 짧아진 상황에서 미사일은 운용 효율성과 가성비 면에서도 우수하다.”

- 평소 ‘폴밀 게임(POLMIL GAME·정치군사 모의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토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폴밀이다. 폴밀에는 국제관계,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다 포함된다. 싸우지 않고 북한이 스스로 무장해제하도록 하는 것도 폴밀의 범주다. 군사적으로 안되니까 정치적,군사적, 외교적 역량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서희의 강동육주 얘기는 왜 하는가. 싸우지 않고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군인이라고 군사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군인의 제1 덕목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군인이 실패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쟁이 안 일어나는 것은 군인이 제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천일양병, 일일용병’이다. 안보는 실험적으로 할 수 없다. 동맹은 유한한 것이다. 한·미동맹도 현실적으로 강화해야 하지만,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각오로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만약 미국이 동맹 관계를 끊고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미국이 독단적으로 북한을 응징할 수도 있는 문제다. 대한민국 보호를 위해서는 안보의 고유영역을 지켜줘야 한다. 향후 5~10년은 동북아에 있어서 외교안보에 경제가 귀속될 수 있다. 전략적 판단과 거기에 맞는 결심과 실천이 따라가야 한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1959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 영등포고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했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작전처장 등을 거쳐 6사단장,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차장, 육군 5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다. 2017년 8월 전역했다. 연합·합동 작전과 전력·전략 분야 전문가다. 지금은 한국 군사학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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