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비용 보전 …‘숫자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07.26 16:51 입력 2018.07.26 21:29 수정
이지선 기자

선관위는 지금 ‘돈 계산’ 중

경향신문·중앙선관위 공동기획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제7회 지방선거 선거비용 실사반’이 지난 25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선관위 청사에서 각 정당 및 후보자가 청구한 선거비용 보전 청구자료를 심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제공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제7회 지방선거 선거비용 실사반’이 지난 25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선관위 청사에서 각 정당 및 후보자가 청구한 선거비용 보전 청구자료를 심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제공

선거운동 비용 상한선 결정
인구 변화 등 따라 매번 달라

지방선거 출마해 당선 또는
유효투표 15% 이상 때 전액
10~15% 사이는 절반 지원

국가·지자체 세금으로 보전
항목별 증빙 자료 요구 등
선관위, 꼼꼼하게 검증

회계보고, 홈페이지서 열람

6·1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도 수 계산에 여념이 없다. ‘표’ 계산이 아닌 ‘돈’ 계산이다. 선거공영제를 도입한 한국은 선거에 들어간 비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일정 범위 안에서 국가가 보전한다. 경제력에 따라 정치 참여 기회에 차별이 있으면 안된다는 취지다.

다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으로 선거비용 보전이 이뤄지는 만큼 선관위는 후보자들에게 꼼꼼한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이를 ‘매의 눈’으로 살펴본다. 투표율, 득표율 계산에 이은 또 다른 숫자와의 싸움이다.

■ 선거비용에 대한 모든 것

ㄱ후보는 6·13 지방선거에서 인구 200만명이 넘는 ㄴ시 시장 선거에 ㄷ당 후보로 출마했다. 현수막과 명함 제작, 선거운동원 인건비, 차량과 앰프 사용료 등 선거에 드는 비용은 정당에서 제공된 일부 보조금과 개인 대출, 후보자 지원 펀드를 통해 충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24% 득표율로 낙선. ㄱ후보는 선거운동으로 얼마까지 지출할 수 있으며, 국가로부터 얼마나 선거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선했다고 하더라도, 증빙서류를 잘 갖춰 선관위에 제출한다면 법에 따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 왜 그렇게 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운동 비용에는 상한선이 있다. 이 제한액은 법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통령 선거의 경우 인구수×950원,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1억원+(인구수×200원)+(읍·면·동수×200만원),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 선거는 4억원(인구수 200만 미만인 때에는 2억원)+(인구수×300원), 도지사 선거는 8억원(인구수 100만 미만인 때에는 3억원)+(인구수×250원) 등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인구변화 등을 고려해 선거 때마다 상한액이 변한다. 이번 지방선거 지역별 상한선을 평균 낼 경우 시·도지사와 교육감은 14억1700만원, 구·시·군장은 1억5600만원 등이다. 정해진 선거비용 제한액의 200분의 1 이상을 초과해 지출한 경우엔 당선되더라도 무효다. 선거비용 보전은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후보자에게 직접 비용이 보전되고, 비례 후보자들의 경우는 추천한 정당이 보전 대상이다.

출마자 모두에게 비용 보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유효투표총수가 15% 이상이면 쓴 돈의 전액, 10% 이상~15% 미만이면 절반만 지원된다. 득표율 10% 미만인 경우 비용 보전도 없다. 일부에선 이 규정이 정치신인이나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도전자에게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비례의 경우엔 당선인을 배출한 정당이 지출한 비용이 전액 보전된다. 선거비용으로 썼다면 지출항목에 상관없이 보전해주는 걸까. 그렇지 않다.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모두 선거비용이긴 하지만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는 데 소요된 비용이나 선거운동 자체가 아니라 준비를 위한 행위에 쓴 비용 등은 보장항목이 아니다.

‘6·13’ 선거비용 보전 …‘숫자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관위는 사전에 어떤 항목이 보장되는지,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후보자 측에 통보한다. 선거비용 보전 대상 항목은 100개 정도 되는데, 선거공보 등 인쇄물 작성, 현수막과 간판 등 시설물, 연설·대담을 위한 차량과 확성기, 선거운동원 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보장액수는 선관위가 선거를 앞두고 보전 대상 항목에 대해 물가변동률을 감안해 결정한다. 이를 ‘통상거래가격’이라 부른다. 통상거래가격은 상당히 세분화된 기준에 따른다. 예를 들어 간판의 경우 재질 등에 따라 산정액이 달라지고, 크레인이나 차량 임차료도 1t, 2.5t, 5t 등 크기에 따라 기준액수가 나눠져 있다. 선거운동원이 착용하는 모자까지 선캡형과 일반형의 통상가격이 다르다. 간판·현수막 설치 등을 위해 로프 작업을 할 경우 노동자의 운임은 대한건설협회가 정한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된다.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캐나다, 멕시코 등도 일정 요건을 달성한 경우 국가가 선거비용 일부를 보전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수의 5% 이상을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의 50%가, 캐나다는 총 유효투표수의 2%를 득표 또는 선거구에서 유효투표의 5%를 확보하는 경우에 선거비용의 50%가 보전된다. 호주는 제1순위 투표에서 4% 이상 득표한 경우 표당 1.5호주달러가 지원된다.

■ 까다로운 증빙서류, 꼼꼼한 검증

지출 내용이 비용 보전항목에 해당된다면, 이제 보전항목별로 증빙자료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거리 현수막은 날짜와 시간이 표출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해 증명해야 하고, 이동 설치를 했을 경우 이동한 날짜와 이동 작업을 한 인원을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어깨띠는 수량, 규격, 재질 등을 적어야 하고 착용 사진도 필요하다. 차량은 사용기간, 차종, 차량번호, 유류비, 주행거리(최초·최종 거리 포함) 등을 작성하고 차량의 앞과 뒤, 옆모습이 찍힌 사진과 차량 계기판의 주행거리를 증명할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차량 연설에서 확성장치나 녹화기, 발전기 등을 이용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선 선거운동 현장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 실제 이 기기들이 사용되는 장면이 촬영된 증거 자료를 내야 한다.

선관위는 후보자들이 제출한 선거비용 내역 서류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장비·시설·용품 등에 대해 가격 부풀리기를 해 신고하지 않았는지, 이면계약을 통한 리베이트는 없는지, 선거비용을 누락하거나 축소한 행위는 없는지 등을 살핀다.

사실 선거비용과 관련한 선관위의 증거수집 활동은 선거기간 전부터 시작된다. 각급 선관위별로 선거기간 동안 자료수집 전담반이 현장에서 불법단체 운영, 비용제한 초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활동하고 선거가 끝난 뒤엔 선거비용 실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현장으로 직접 나가 조사를 벌인다.

특히 여론조사기관이나 선거기획사 등을 통한 불법활동, 자원봉사를 빙자한 대가 지급, 혈연·학연 등 점조직을 활용해 음성적 돈거래가 이뤄지는 등 여부 등이 주요 대상이다. 1단계로는 8월 초까지 정당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2단계로는 11월 말까지 예비후보자와 후원회, 중앙당 후원회 등까지 허위·과다 청구로 예산이 낭비된 사례가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어진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3번의 지방선거, 3번의 국회의원 선거, 3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동안 이렇게 깎은 액수는 약 2965억원에 이른다.

선거비용 내역을 비롯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시스템’(http://ecost.nec.go.kr)에 공개된다. 정치자금 투명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다. 이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관련 행위의 신고 또는 제보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 모든 후보자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는다. 선관위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구체적 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한 경우 위법 혐의나 이의제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거비용 현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선관위는 후보자가 선거비용 등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하는 경우 48시간 이내에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자는 취지의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냈다.

6·13 지방선거의 선거비용 등 회계보고서의 경우 지난 13일까지 정치자금 회계보고를 마치고 20일부터 오는 10월22일까지 홈페이지 열람이 가능하다. 보전비용은 내달 10일에 지급된다.

‘6·13’ 선거비용 보전 …‘숫자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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