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북한 선제타격론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가정해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위험한 전쟁 도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선제타격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백서에도 나오는 개념”이라고 재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적극적으로 추적해 도발 조짐이 있을 때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을 구축해온 것은 사실이다. 정치인이 실제 선제타격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제타격은 남북 간의 전면적인 전쟁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관련 논쟁을 문답식으로 정리해봤다.
1. 윤 후보가 선제타격의 근거로 제시한 킬체인이란?
‘킬체인’이란 북한이 핵미사일 등을 발사하기 전에 한국군이 먼저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체계다. 한·미의 정찰위성과 정찰기가 위협을 탐지하고 식별한 정보를 바탕으로 3분 내 타격을 명령한 다음, 25분 내에 목표물을 타격하는 개념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한국형 킬체인’을 구축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발행한 2020년 <국방백서>에는 선제타격이라는 표현이 직접 나오진 않지만, ‘전략적 타격 체계’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선제타격의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17년 9월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킬체인 무용론도 있다. 킬체인은 고정식 미사일 발사대를 전제로 한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움직일 때는 목표 파괴 성공률이 최대 2.64%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각종 방위시스템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현행 작계5015 등에 포함된 전략적 타격 체계는 ‘선제적으로’ 타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정밀타격능력 기반 전력을 갖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자위권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이 실제 행동을 할 수 없게끔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2. 민주당 주장대로 윤 후보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같은 주장을 했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아베 신조 등 일본 극우세력의 적(敵)기지 공격능력을 갖추자는 논리와 유사하다”며 “선제타격론은 적의 공격 징후를 정보조작으로 왜곡시켜 전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는 선제타격을 위한 일본의 적 기지 공력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적 기지 공격능력이란 북한 등 외부의 위협이 감지되면 선제타격한다는 개념으로, 평화헌법 개정과 함께 일본 자민당의 숙원 사업이다. 적 기지 공력능력을 두고 평화헌법 위반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는 표현을 바꿔 ‘적극적 방위 개념’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동민 의원 논리대로라면 윤 후보 주장과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은 다르다. 단순히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는 것과 실제 선제타격을 감행하는 것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3. 이 후보는 “세계 어느 지도자들도 선제타격을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세계지도자들이 선제타격을 섣불리 주장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선제적으로 전쟁을 개시하자는 개념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 상황도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핵단추를 자랑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내 핵단추는 더 크다”고 맞받으면서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 때는 ‘1% 독트린’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1%의 잠재적 위험만으로도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4. 선제타격 순간이 실제로 올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선제타격이 가능하려면 최소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 1분 안에 북한의 선제적 공격 움직임을 정보 당국이 탐지해야 한다. 둘째, 1분 안에 북한이 어디서 무엇으로 공격할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셋째, 3분 안에 대통령이 선제공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 넷째, 사실상 전시작전 통제권을 한국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상대편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것이 명확할 때 선제타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역사상 한 번도 그런 상황이 온 적은 없다”면서 “짧은 시간 내에 탐지하고 타격한다는 건 전례도 없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병행하는 무기체계를 갖고 있기에, 북한이 쏘려는 미사일에 재래식 탄두가 있는지 핵탄두가 있는지를 식별하기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한국군이)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선제타격은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라며 “우리가 선제타격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쏜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전면전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은 아직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면서 “어설프게 선제타격을 하면 한반도는 공멸”이라고 말했다.
정치지도자의 선제타격론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군사령관의 임무는 전쟁이 나면 이기는 것이고, 대통령의 임무는 그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전쟁이냐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가는 높은 수준의 위기관리 역량에서 나오지 선제타격을 신봉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선제타격으로 쿠바의 핵전쟁을 막은 게 아니다. 신중하고 기민한 외교로 막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