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공약’ 민주당, 대안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2022.06.06 16:39 입력 2022.06.06 16:44 수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의 공약에는 지역도, 현실성도, 차별성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참패는 이른바 ‘3무(無) 정책·공약’이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현실성·차별성’이 없는 공약들이 유권자들의 비판과 무관심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과 차이가 없는 공약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만 한 데다 김포공항 이전과 부동산 세제 완화 등 기존 민주당 정책마저 뒤집는 오락가락 공약을 내놔 당내에서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지역 현안 공약이나 기후·환경 등 미래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서민과 중산층 등 민생을 위한 정당’을 자부해오던 민주당이 오로지 표를 위한 공약만 내놓으며 대안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해 표를 잃은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주요 정책·공약은 대부분 대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별로 크게 나눠보면 수도권에서는 부동산·교통난 문제에 대한 공약을, 이밖의 지역에서는 ‘지역 개발’ 추진 공약을 주로 내세우는 식이었다. 이렇다 보니 경쟁 정당인 국민의힘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름·정당을 가리고 보면 어느 당의 누구의 공약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수도권 지역구 한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우리도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고 GTX(광역급행철도) 신설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국민의힘도 사실상 똑같았다”며 “우리 공약이 다른 부분을 설명했지만 유권자 입장에선 차이점을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성 없는 공약은 이번 선거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와 지난 3·9 대선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약 유사성’은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특히 부동산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비판받자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슷한 부동산 공급 대책과 부동산 세제 조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 때부터 민주당은 ‘부자 감세’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힘과 경쟁했다”며 “‘우클릭’ 하다 보니 주거복지 정책도 보이지 않고 ‘민주당스러움’이라는 색깔도, 명분도 없어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의 공공임대주택 15만호 분양 전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공제 기준 완화, 용적률 500% 상향 등을 전·월세에 빠뜻한 서민·중산층에게는 맞지 않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목했다. 민주당으로선 수도권에서의 잇따른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다주택 소유자인 ‘중도·무당층’의 반발에서 보고 이 같은 공약을 낸 것이지만 기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실성 없는 공약은 선거 막판 논란만 일으켰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던 이재명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송 전 후보와 함께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놓고선 당내에서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쇄도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추진했다가 접었던 공약을 다시 꺼낸 것으로, 공항 이전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지역의 후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적 영향을 줄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당내 소통·조율 과정이 없었던 점까지 노출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수도권 외의 지역에선 ‘개발 공약’만 난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부터 광역·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 후보들까지 지역 시설 개발이나 유치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생활 이슈 등은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의 지역 정책을 검증한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지역 현안과 과제를 ‘지방소멸’로만 봐서 상당수 후보들이 거대한 개발 공약에만 치우친 경우가 많았고, 이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 주민들의 삶을 돌보고 지역 생활과 밀접한 공약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약보다 ‘닥공(닥치고 공격) 정치’만 펼쳐 정치혐오와 무관심만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한 견제론에 치우쳐 ‘대선 연장전’ 구도를 스스로 만들고 여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쟁 선거’에만 주력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평가다. 그 사이에서 기후·환경 등 지역 사회의 미래비전을 보여주고 민생·진보 가치를 담은 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국장은 “대선 직후 지방선거라 (유권자들의) 관심이 부족했지만 민주당이 어떻게 해서든 정책·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했는데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는 분위기가 없었다. 오직 ‘저를 뽑아주면 대선 때 (당의) 공약이 이뤄지고 우리 당이 이기는 것’이라는 내용만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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