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햇볕’속으로 나오나

2000.10.01 19:06

북한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차수)의 방미방침으로 북한 군부의 개방작업 동참 여부가 주목된다. 군부는 북한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다. 또 북·미관계 개선은 북한 개방의 핵심분야다. 국제무대 외교경험이 전무한 군부 1인자의 북·미관계 개선작업 전면등장은 일단 군부의 개방작업 동참의 청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북한 군부는 지난달 25~26일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 외형상 최고실력자인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을 남측 지역에 파견, 이미 개방작업 동참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김부장은 경의선 건설과정에서의 남북 군간 협력문제만 논의하겠다던 당초 방침에서 벗어나 남북 군간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북한 군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보수층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8월 방북한 남한언론사 사장단들이 휴전선을 통과하는 항공기 직항로 개설을 요청하자 “군부가 반대해서…”라고 대답했었다. 물론 김위원장의 답변은 의례적이고 전략적인 것일 수 있다.

실제 보수층은 없지만 있다고 대답해 자신이 보수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개방작업을 지휘하고 있음을 남측에 보여 협상카드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남북간 반목·대결상황을 전면에서 감당해온 군부의 화해·협력 분위기에 대한 반응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군사부문의 속성상 강령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의 적대국과의 관계개선은 군부로서 모순일 수 있다. 어느 나라건 군부가 강경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다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조부위원장은 북한 최고권력자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이나 군내 보수층의 대표자는 아니므로 이번 조부위원장의 방미가 반드시 군부의 개방 동참의지를 나타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부위원장이 북한 군 내 보수층의 주력인 육군 출신이 아니라 공군 출신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북한군에서도 육·해·공군 사이의 알력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엔 해군 출신의 김일철(金鎰喆·차수) 인민무력부장이 육군부대에 시찰을 나갔을 때 사열 도중 장병들이 경례를 붙이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다.

조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1백여만명의 대군을 자랑하는 북한 군부가 개방작업에 전면 동참할 경우 효과는 엄청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의선 복원공사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북한 군부는 이미 대홍단군 감자농사나 남포~평양간 고속도로 건설, 강원도(북한지역) 경지정리에 대대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개방에 따른 남북협력사업의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조호연기자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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