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폐쇄·결렬 등 극단 표현 안 써… 아직 대화의 여지 남아”

2013.07.26 22:14

전문가들이 본 개성공단

개성공단 정상화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남북관계 경색은 당분간 불가피해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향후 남북관계의 험로를 예상했다. 대화의 장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다만 북한이 직접적으로 공단 폐쇄 또는 결렬이란 극단적 표현을 쓰지 않은 점, 중국이 움직일 여지가 있는 점 등에서 아직 남북간 또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 여지를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추후 고위급회담 필요성도 거론됐다. 아래 순서는 성명의 가나다순.

■ 김연수 국방대 교수

“앞으로 남북관계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려면 원칙적인 기초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고 북한은 그 틀로 들어올 준비가 안돼 있는 것 같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체제 단속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인민군 열사묘를 다시 조성하는 등 남북관계를 푸는 것보다 체제 안착에 초점을 둔 것 같다. 당분간 남북이 접점을 만들어내기 썩 좋은 조건은 아니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라는 과제도 한 발짝만 더 들어가면 북핵 문제의 협상 국면을 재개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북이 자체적으로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외부 조건이 생겨야 하는데, 중국이 강하게 움직이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 폐쇄·결렬 등 극단 표현 안 써… 아직 대화의 여지 남아”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이제 남북 회담은 끝났다. 워낙 서로 근본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실무회담은 끝났다고 본다. 당분간 남북관계는 대립·대결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남북 모두 ‘강 대 강’으로 대치했지만 우리 측도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사과성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하라는 우리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에 회담 무산 책임을 전가하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는 회담을 끝내려 한 것 같다. 북한이 군대 주둔을 언급한 것은 공단 폐쇄까지도 이야기한 것 아니냐. 7월27일 전승기념일을 맞아 북·미 간 회담 제의 등은 할 수 있겠지만 남북대화는 소강상태로 가면서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대화를 시도하며 남한 참여를 봉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 유호열 고려대 교수

“이번 개성공단 회담에 북한이 자신들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접근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하다. 전승기념일인 7월27일까지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회담도 열고 하다가 이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내부적으로 강경 분위기를 만들면서 자신들 체제를 고수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맞을 것 같다. 북한이 자기들 주장을 계속한다면 9~10월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8월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가 예정돼 있고 하니 북한이 강하게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6자회담 재개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북한 입장에서는 6차까지 실무접촉을 했는데 자신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고, 남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실무회담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북측이 군 주둔까지 얘기한 것은 협박성이고, 실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가 실무회담으로 풀릴 것은 아니고, 장관급회담 등 고위급회담을 재개해야 하는 명분을 축적했다는 점, 고위급회담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 면이라고 볼 수 있다.”

■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북측이 말을 단정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담이 ‘결렬됐다’고 하지 않고 ‘결렬 위기’라고 하지 않았나. 북측 입장에서도 결렬을 먼저 선언할 경우 책임 소재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애매한 표현을 쓴 것 같다. ‘경고한다’ 등의 표현에서도 아직은 북한이 한두 단계 여지를 두고 있는 것같이 해석된다. 북한 내부에서도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을 텐데, 이번 행동이 내부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명을 누가 할 것이냐는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런 상황 모두를 담보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높은 급의 회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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