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

외신 안 부르고 생중계 안 해…‘절제’ 속 ICBM 공개, 힘 ‘과시’

2018.02.08 22:04 입력 2018.02.08 23:26 수정

시간도 절반으로 줄여…무력시위보다 ‘내부 축제’로

김정은, 국제적 시빗거리 피하고 ‘평화모드’ 계속 의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에서 진행한 ‘건군절’ 열병식은 예년에 비해 절제된 모습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지만 신형 전략무기는 선보이지 않았다. 대규모 경축 행사를 치르면서도 해외 언론에 현장을 공개하거나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지 않았다. 열병식에 걸린 시간이나 동원된 인원도 예년에 비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 취지가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국내적 의미에 한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열병식이 국제적 시빗거리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작년과 달랐던 건군절 열병식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ICBM급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한 열병식 풍경은 예년과는 차이가 있었다. 새로운 전략무기나 지난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 열병식에 나왔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보이지 않았다.

열병식 시간과 내용도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열병식은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30~4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15일 열병식이 10시5분부터 2시간51분 동안 진행된 것과 비교해 1시간11~21분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엔 조선중앙TV가 열병식 실황을 생중계했다. 외신 기자도 130여명을 불러 취재를 허가하는 등 대대적인 선전을 벌였다.

ICBM 등 전략무기가 대거 등장해 무력시위 성격이 강했다. 이번에는 녹화방송으로 공개됐고 외신 초청도 없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실은 이동식 발사차량이 8일 열병식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했다. 연합뉴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실은 이동식 발사차량이 8일 열병식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열병식에 전략무기를 선보이면서도 대외 공개를 자제한 것은 내부 결속을 위해 보여줄 것은 보여주고 무력시위 성격은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인 리설주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군 창건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 건군 70주년 기념 내부 축제

이번 열병식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하루 전에 열린다는 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남한 내 보수층을 중심으로 북한이 대규모 대표단과 선수단·응원단·예술단을 남측에 파견해놓고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북한은 5·10년 단위로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행사를 크게 진행하기 때문에 우려가 컸다. 그러나 북한은 정규군 창설 70주년 열병식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치렀다. 이는 ‘평화 모드’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정규군 창설일인 2월8일을 ‘건군절’로 공식 지정했다. 북한의 건군절은 정규군 창설일인 2월8일이었지만 1978년부터는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한 1932년 4월25일을 건군절로 불러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을 앞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열병식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