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물길’ 튼 남북, 65년 만에 한강 하구 합동조사

2018.11.05 22:32 입력 2018.11.05 22:51 수정

<b>남측 배로 옮겨 타는 북 조사단</b>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조사 첫날인 5일 남측 윤창휘 공동조사단장(오른쪽 배 양복 입은 사람)이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 하구에서 남측 배로 건너오는 북측 조사단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배로 옮겨 타는 북 조사단 남북 공동한강하구수로조사 첫날인 5일 남측 윤창휘 공동조사단장(오른쪽 배 양복 입은 사람)이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 하구에서 남측 배로 건너오는 북측 조사단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5일 한강과 임진강 하구를 공동 이용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수로조사를 시작했다. 남북은 수로조사를 통해 이 수역의 물길 정보를 담은 ‘해도’(바다지도)를 내년 1월까지 만들어 민간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북이 과거에 한강 하구의 공동 이용에 합의한 바 있지만, 실제 수로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남북 조사인력들은 이날 오후 3시쯤 한강 하구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남측 조사선에서 회의를 한 뒤, 오후 5시까지 북쪽 방향으로 수심 측량을 실시했다. 향후 조석 관측을 위한 부이도 설치했다. 남북 조사단은 각각 10명으로 구성됐다. 남측은 군 당국자 2명,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8명으로 꾸려졌다. 북측은 해군 수로국 소속 군인들로 구성됐다.

썰물로 북측 합류 5시간 지연
남측도 수로 찾아서 지그재그
수심·유속 등 ‘조사 필요’ 입증

당초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북측이 썰물로 인해 합류 장소로 이동하는 데 애를 먹어 만남은 5시간 지연됐다. 남측도 합류 장소 이동 과정에서 수심이 얕아 수로를 찾기 위해 지그재그로 이동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당초 4시간으로 예정됐던 수로조사도 1시간30분가량만 진행됐다. 모두 한강 하구의 물길 정보가 없기 때문이었다.

수로조사 목적은 이처럼 선박들이 한강 하구에서 헤매지 않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음향을 이용해 선박에서 해저 바닥까지 깊이를 측정한 뒤, 조석에 따라 변하는 바닷물 높이를 적용해 수심을 알아낸다. 남북이 설정한 한강 하구 공동 이용 수역은 남측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으로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북측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다. 길이 70㎞, 면적 280㎢에 이른다.

남북 공동조사단은 이날 음파를 해저로 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수심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였다. 측량은 단빔과 다중빔 방식으로 나뉜다. 단빔은 한 번에 하나의 음파를 수신하고 선박이 지나간 자리만 수심을 잴 수 있다. 다중빔은 한 번에 다수의 음파를 수신할 수 있지만,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는 운용이 어렵다. 물속 깊이와 해저 지형을 파악하는 작업은 이날부터 12월11일까지 매일 진행된다. 남북은 남측 조사선 6척을 이용해 A·B·C 세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에 동시에 인원을 투입하는 등 조사에 최대한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어 조석 관측을 시행해 올해 말까지 수로조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수로조사가 완료되면 내년 1월까지 수심 등 수로의 기본정보가 담긴 해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해도가 있어야 민간선박들도 사고 시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강 하구의 해도가 공식적으로 제작된 적이 없다”며 “몇 톤 규모의 선박이 어느 항로로 운항할 수 있을지는 해도가 만들어져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1월까지 해도 제작 목표
골재 채취로 수익 배분 기대
임진강 하류 수해 예방 효과

‘공생 물길’ 튼 남북, 65년 만에 한강 하구 합동조사

한강 하구 공동 이용의 첫걸음인 이번 수로조사는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온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최초이기 때문이다. 앞서 남북은 2007년 10·4 정상회담 등에서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서의 골재 채취에 합의하고, 공동 이용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합의사항들은 진행되지 않았다.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민감한 지역으로 분류됐던 한강 하구가 평화의 장소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에 따라 원칙상 남북 민간선박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는 있지만 민간선박의 운항이 제한됐다.

경제적 가치도 있다. 우선 어민들의 조업 활동이 확대될 수 있다. 인천 강화군 창후리의 이상일 어촌계장은 “남북이 잘되면 어민들도 활동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어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한강 하구는 골재 채취, 관광·휴양, 생태보전 등 다목적 사업을 병행해 추진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곳에서 골재 채취가 진행되면 임진강 하류지역(문산) 수위를 낮춰 수해를 예방하고 수도권 일대에 안정적으로 골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남북이 골재 채취 뒤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나눠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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