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자 역할’ 입지 좁아진 문 대통령

2019.04.28 22:18 입력 2019.04.28 23:12 수정

뉴스분석 -‘판문점 선언’ 1주년

북·미관계 교착 후 남북도 ‘제동’, 북의 중·러 접촉…가교 역할 줄어

문 “잠시 숨 고르며 함께 길 찾자”…4차 정상회담 등 속도조절 해석도

‘촉진자 역할’ 입지 좁아진 문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 협상 촉진이라는 문 대통령 기본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중국·러시아로 접촉면을 다각화하며 문 대통령의 대미 가교 역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밤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평화 퍼포먼스’ 행사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판문점선언이 햇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현 상황을 ‘숨고르기’가 필요한, 난관에 봉착한 국면으로 규정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점”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의 조기 추진 의사를 밝혔던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에서도 한발 물러선 것이다. 현재의 교착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단기적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문 대통령이 처한 어려운 입지는 도처에서 감지된다. 당장 북한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 문화행사로 치러진 4·27 정상회담 1주년 기념식이 단적인 예다. 북측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주년 당일 장문의 비망록에서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고,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에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도 가시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28일 “4차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논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지연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등도 연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이 확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과 그에 따른 비핵화 협상의 해법 마련이 의제가 돼야 하는데, 이를 논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속히 북·미 비핵화 협상의 가교를 놓는다는 문 대통령의 ‘포스트 하노이’ 구상이 어그러지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측의 입장을 미국 행정부와 다른 정상들에게 알려달라”고 한 것도 문 대통령에게 편치 않은 발언일 수 있다. 대미 중개 역할을 문 대통령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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