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 양상에 ‘선택지’ 넓어진 북한

2020.07.16 21:14 입력 2020.07.16 21:15 수정

노골적으로 중국 편들며

제재 속 장기전 우군 확보

대미 항전 자신감 드러내

날로 격화되는 미·중 갈등의 여파로 북한의 ‘새로운 길’ 모색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지고 제재 해제도 요원한 상태지만 미·중 충돌은 북·중 밀착을 가속화하면서 북한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올해 북·미 정상회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 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문턱을 높였다. 제재 해제는 당장 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미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이처럼 장기전을 모색할 수 있는 원동력은 미·중 갈등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세계 모든 현안에서 격렬히 충돌하고 있는 현 상황은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다. 당장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과 제재 완화 등을 이뤄내고 국가발전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중국·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미·중 충돌은 특정 현안을 두고 벌어지는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신냉전적 요인’에 따른 구조적 갈등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염두에 둔 듯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신장·티베트 인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갈등 현안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1일 북·중우호조약 59주년을 맞아 “중국 당과 정부가 나라의 주권과 안전,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논설을 싣고 “사회주의 위업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서 중국 인민과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5일 미국과 중국이 ‘경쟁관계’에서 ‘공존할 수 없는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중국과의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충돌로 북·중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대미 항전’에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북한은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남중국해 불법’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을 강력 비난하면서 노골적인 친중 태세를 보였다.

중국 역시 북한의 이 같은 적극적인 ‘구애’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미·중관계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북 제재가 무력화되고 새로운 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력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협상에 더 많은 난관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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