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크라 사태에 미국 간접 비난…러시아 직접 언급은 안해

2022.02.23 14:4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첫 삽을 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첫 삽을 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간접 비판했다.

23일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지탄받는 일본주재 미국대사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 7일 일본 ‘북방영토의 날’을 맞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쿠릴 4개 섬이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러·미 사이의 대립이 극도로 격화되는 속에 미국이 ‘북방영토’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지지해 나선 것은 손아래 동맹국인 일본을 대러시아 압박 공조의 돌격대로 내몰려는 데 그 속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외무성은 이매뉴얼 대사의 발언에 러시아 측이 ‘자격도 갖추지 못한 외교관의 황당무계한 언사’라고 비난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최근 일본을 대러시아 압박 공조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기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이어 “영토 야망을 추구하는 일본을 정치 군사적으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줘 대러시아 압박전략 실현에 써먹으려는 미국의 도발적 행태는 러시아의 강한 반발과 대응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3일에도 ‘나토는 결코 방위동맹이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서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설’을 내돌리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고 러시아에 대한 제압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독립을 승인하고 병력을 파견한 사실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자국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추가 제재를 추진하는 등 반발하자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이래 폐쇄했던 국경을 일부 개방한 북한은 러시아와 연이어 고위급 접촉을 갖고 대러 교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과 면담을 가졌다. 러시아 측에서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우크라이나 논의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중 갈등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등 중국 측 입장을 적극 옹호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러시아의 ‘합리적 우려’가 존중돼야 하지만,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반대라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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