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김병현은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2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병현은 “믿고 내보내줬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컨디션은 어땠나.
“매우 좋았다. 공이 원하는 대로 들어갔다”
-홈런 맞을 때 상황은.
“첫 홈런 때는 방심했다. 힘을 모으지 못해 볼 끝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두번째 홈런은 슬라이더가 맞은 것이다. 타구가 잡히는 줄 알았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첫 등판 소감은.
“8회 등판지시를 받았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몸 상태도 좋았고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돼 아쉽다”
-투수코치가 올라왔을 때 뭐라고 했나.
“끝까지 던지겠다고 했다. 투구수가 50개를 넘었지만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다”
-앞으로 위기상황에 자주 등판할 것 같은데.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것이다. 내일도 던질 수 있다.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62개 던지도록 놔둔게 화근”-
○…포스트시즌에서 과감하고 파격적인 선수기용을 잇달아 성공시켰던 브렌리 감독은 4차전 패배로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투구가 88개에 불과했던 실링을 교체한 이유에 대해 일제히 의문을 표시하고 이날 패배가 브렌리 감독의 경력에 큰 오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김병현이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두번째로 많은 62개의 공을 던질 때까지 교체해 주지 않은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우측펜스 이렇게 짧을줄이야”-
○…끝내기 홈런을 때린 데릭 지터는 인터뷰에서 “사이드암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이 눈에 익어야 한다”며 “두번째 타석에서 많은 공을 던지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국내 한 라디오 방송사 통역의 도움을 받아 미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양키스타디움의 우측펜스가 짧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