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黨개혁 가이드라인 제시

2003.01.02 18:25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일 민주당의 ‘변화’와 ‘화합’을 주문했다. 신년 하례식 자리에서다. 당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나가되 자칫 인적청산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변질돼 내분 양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는 당부다. 당 개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노당선자가 스스로 설정한 당 개혁의 프로그램은 세갈래로 요약된다. 인적청산 반대·포용, 당정분리 원칙 견지, 당 운영의 국민참여 유도 등이 그것이다. 여소야대라는 국정운영의 현실과 국민통합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려한 유화적 개혁조치로 풀이된다.

물론 노당선자가 1차적으로 강조한 것은 당의 변화, 즉 개혁이다. 그는 “기쁘든, 귀찮든 (변화가) 우리의 살길이라는 게 국민들이나 당원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기왕에 해야 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의 개혁논의가 인적청산론으로 치우치는 듯한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당에 인적청산이 논의돼야 할 시기는 아니다. 인적청산이라는 야박한 표현으로 누가 누구를 공격하고, 누가 누구를 방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반노(反盧)그룹’의 선봉격이었던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에 대한 노당선자의 언급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그는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금부터 협력하면 다 소중한 당원들”이라고 말했다. 전 당원의 개혁 동참 촉구다.

당 지도부 교체의 불가피성은 인정했다. 그는 “당을 이끌어가는 얼굴들이 국민들에게 좀더 새롭게 비치는 모양새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논리다.

최종 해법은 민의 존중이다. 노당선자는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희망을 만들 수도 있고 당과 유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과 대의원들을 믿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개혁작업에 담아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정분리 재고론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훨씬 많은 의견은 당정분리를 지키라는 것이고, 국정전념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이다. 거듭 확인하지만 당무에 깊이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봉선기자 b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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