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北주민 최악의 겨울’

2003.01.02 18:40

이번 겨울 핵위기 고조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미군 폭격기의 공습에 대비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방공호를 들락거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삭풍은 기온을 영하 30도까지 끌어내려 공습공포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을 더 큰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고 AFP통신은 1일 보도했다.

AFP는 일본에 본부를 둔 북한 난민 지원단체 RENK(구하자! 북한민중 긴급네트워크) 이영화(李英和) 대표를 인용,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집에 불을 때지 못하고 있다”며 “그곳에서 그들은 죽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주민에게 겨울은 여러해 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올해는 국제사회로부터 연료 지원이 끊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겨울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일본·한국·유럽연합(EU)이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식량지원도 줄었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조치는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에너지난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내 외국 소식통은 “심지어 많은 병원들이 사실상 난방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활동중인 적십자사 대표 P G 젠센은 “난방이 아주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서 입원환자를 구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너무 아파서 집에 갈 힘이 없는 환자는 기진맥진한 몸으로 또 다시 추위에 맞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북한인 직원은 “수술을 받는 등 중환자들은 합병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회복도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젊고 건강한 대학생들도 혹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기숙사에 머무는 대학생들은 취침시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양말도 겹으로 껴신고 잔다. 또한 조금이라도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껴안고 자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식량마저 턱없이 부족해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동사 아니면 아사라는 끔찍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축소로 최근 배급인원을 기존 6백40만명에서 3백40만명으로 절반가량 줄였다. WFP 관계자는 “식량배급 축소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이뤄졌다”며 “앞으로 엄청난 재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대북 중유지원 중단으로 WFP가 노약자용 식품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18개 공장도 곧 가동이 중단될 처지다. 수십만명의 어린이들이 아무 것도 얻어먹지 못하고 그저 굶주리는 상황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WFP는 지적했다.

AFP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을 에는 추위속에 야외에서 수시간 동안 군인들의 야간훈련을 참관하고 그들과 감자죽을 함께 든 사건은 북한 지도층이 이번 겨울의 추위와 기아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입증한다고 전했다.

일본 구호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조만간 조국을 탈출할 결심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은 지난해 북한 작황이 좋았다는 것. 그래서 1~2월까지는 수확물로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3월 이후에는 정말 먹을 게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이 동사를 이겨내고 봄을 맞더라도 그들 앞에는 굶주림이란 여전한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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