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민 호주머니 터는 ‘도박공화국’

2003.02.02 18:41

‘로또’ 복권은 복권의 난립을 막고 기금 조성률을 높인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탄생에서부터 시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로또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전용 복권 외에도 9개 부처·11개 기관에서 24종류의 복권을 발행하던 종전의 ‘복권공화국’을 ‘대박공화국’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복권 발행기관이 난립하고 과당경쟁이 심해져 수익성은 나빠지고 공공기금 조성액도 줄자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노동부 등 7개 정부기관이 연합해 온라인 복권인 ‘로또’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기존의 추첨식 복권 당첨액 상한이 5억원인 반면 로또는 당첨금 상한액이 없고, 당첨자가 없을 경우 다음 회차로 이월된다는 점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돈벼락’을 꿈꾸는 사람들이 구매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추첨땐 2회 연속 이월된 1등 당첨금이 2백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자 복권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너나 없이 로또 사기에 나섰다. 다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이제 약 4백억원이란 당첨금을 겨냥한 ‘전국민의 로또 바람’이 일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소액복권을 통합해 앞장서서 ‘판돈’을 키워놓은 꼴이 됐고 ‘돈놓고 돈먹기’식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로또가 기존 복권과 달리 거액의 당첨금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방식이어서 더욱 사행심을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도 많다.

광고도 문제다. 종전의 복권은 광고 컨셉트가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운다’는 식이었지만 로또는 ‘6개 숫자로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식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 ‘대박의 꿈’을 한없이 부추기고 있다. 법률적 미비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복권은 공익목적으로 발행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는 로또 복권 발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로또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미래사회연구소측은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발행조정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재도 개별 법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이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통합법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운영시스템 도입과정에서 불거진 국부유출 논란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초 체육복표 ‘스포츠토토’를 발행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우리 시스템으로도 로또를 발행할 수 있다”며 토토 발매기를 통한 로또 판매를 제안했으나 로또측은 이를 거부, 미국으로부터 시스템과 기술을 들여왔다.

1인당 구매한도를 1회 10만원으로 정한 규정도 ‘대박열풍’속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28)는 “지난주에 10만원어치 넘게 샀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았다”며 “1인당 10만원까지만 팔도록 돼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인생역전’을 노리고 있는 이들에게 10만원 한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한 것이다.

한편 로또 열풍은 당장 기존 복권 판매상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 5,000여개의 이르는 로또 판매점은 국민은행 지점과 편의점에 집중돼 있다.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 전국적으로 3만여개에 이르는 기존 영세 복권판매상은 대부분 제외돼 있는 것이다. 로또가 전체 복권시장의 50% 이상을 잠식하자 매출이 뚝 떨어진 이들 일반복권 판매상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로또가 기존 고객을 잠식하는 바람에 임대료를 내기조차 버거운 실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길근기자 mi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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