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보육원생 ‘절망의 18세’

2003.04.01 18:14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을 나서는 청소년들이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자립지원 정책속에 떼밀리듯 보육원에서 쫓겨나고 있다. 퇴소 청소년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은 쥐꼬리만하며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도 턱없이 부족, 퇴소이후의 자립과 정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배달원·막일등 전전긍긍

◇실태=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다만 대학이하의 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직업훈련시설 또는 학원 등에서 교육을 받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교육이 종료될 때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은 퇴소를 앞둔 대부분 보육원 청소년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서울 ㅅ보육시설을 퇴소한 황모군(19)은 보육원 선배들과 생활하다 최근 보육원 안으로 다시 짐을 옮겼다. 졸업 뒤 주유소 도우미 아르바이트와 음식점 배달원, 노동판에서 막일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온 황군의 한달 월급은 70만~80만원으로 식대와 공과금 및 집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황군은 출신 보육원 총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보육원은 황군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퇴소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별도시설을 마련,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황군처럼 보육원에서 퇴소한 아동들이 다시 보육시설로 귀환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부 보육원에서는 서류상으로는 퇴소시켜 놓고 보육시설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일정기간 함께 거주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서울 ㄱ보육시설 관계자는 “원생들이 나이때문에 퇴소, 또 다시 천둥벌거숭이같은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법인줄 알지만 자립기반이 갖춰질 때까지 돌봐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학에 입학할 경우 퇴소를 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 학부가 아닌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에 편법으로 등록해 자격을 갖춰 보육원 생활을 연장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지자체 지원은 한푼없어

◇문제점=보육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정부가 퇴소를 앞둔 이들에게 지원하는 정착금과 제도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보육원생을 또 한번 고아로 만들 정도로 빈약하다”며 강한 불만을 전달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중앙정부의 정착지원금 1백만원에다 서울시가 2백만원을 지원, 3백만원으로 새출발을 해야한다. 부산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단 한푼도 없어 1백만원으로 독립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등 지역별로도 지원에 편차가 심하다.

또한 퇴소자들의 집마련을 위해 1인당 1천2백50만원까지 전세대출제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고아 출신인 이들을 위해 보증을 서주는 독지가가 드문데다 집을 얻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게다가 만 18세가 넘었기 때문에 소년소녀가장에도 해당되지 않아 정부로부터 생활보조금을 타는 것도 불가능해 보육원생들은 퇴소하는 순간부터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퇴소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쉼터도 부족하다. 2002년 현재 양육시설은 239개인데 반해 자립지원시설은 13개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에도 3곳뿐이며 수용인원도 90명에 불과해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입소조건으로 반드시 직장을 가진 경우에 국한해 직업이 없는 퇴소자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아동복지시설 연합회측은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으로만 내보내면 해결될 것이라는 당국의 안일한 접근이 큰 문제”라면서 “보육원 주변에 독립가옥을 마련, 그룹홈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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