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병안 처리 막판 진통거듭

2003.04.01 19:17

이라크전 파병안 처리가 여야간 입장차이로 또다시 하루 늦춰질 전망이다.

여권 지도부는 파병안이 두차례나 연기된 점을 의식한듯 2일 본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청취한 뒤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본 뒤 3일 당의 최종입장을 정하겠다”고 맞서 3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여야 움직임=여권 지도부는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파병안 처리 지연과 국론분열 책임이 주로 여권의 지도력 부재와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이라는 야당의 지적을 의식해서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1일 기자회견을 갖고 파병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국익뿐만 아니라 ‘범세계 대테러전쟁’ 및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노력’ 등을 이유로 들었다.

논란중인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명분까지 수용할 만큼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내 반대파 의원 설득작업도 병행했다. “그동안 여당 지도부가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해 당론이 모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정대표는 시시각각 찬성, 수정안 찬성, 반대, 유보 등 4분야로 분류되는 의원들 동향을 점검했다.

정대표가 전날 노대통령에게 직접 설득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신기남, 천정배, 정동채, 이해찬 의원 등의 명단에 ○표가 쳐진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소속의원 101명 중 찬성 57(수정안 지지 14 포함), 반대 33으로 집계돼 찬성표가 50%를 넘어서자 지도부는 “야당을 설득할 명분이 생겼다”며 안도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제 여야 모두 동의안을 처리할 분위기가 성숙해진 만큼 2일 본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우리는 노대통령 연설 이후 국민여론을 참작해 의원총회에서 찬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의총 결과에 따라서는 3일 처리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연설에서 노대통령이 파병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대파 의원 움직임=파병 반대파 의원들은 반전시위와 함께 결의를 다져갔다. 반전평화의원 모임 소속의원 30여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일 의원 포럼’에 참석했던 김근태(金槿泰),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이 이날 오후 귀국하자 자체모임을 갖고 파병동의안 강행처리에 따른 대책을 숙의했다.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도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에 이어 의원회관에서 파병 반대를 위한 이틀째 ‘릴레이 농성’을 이어갔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 의료부대만 파병하자는 수정안에 공감하는 의원 10여명도 별도 모임을 갖고 수정안이 부결됐을 경우 행동통일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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