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총리실·재경부의 ‘감투 다툼’

2003.05.01 18:36

새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되도록 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차관급 자리를 신설하는 작업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과 재정경제부간에는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정은 이렇다. 새정부 출범 직후 총리실과 재경부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밑에 차장(차관급) 자리를 2개 만드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이렇게 되면 신설되는 차관급 자리를 1개씩 나눠 가질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여론과 야당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청와대에 장관급 자리가 여러개 새로 생기는 등 새정부의 ‘감투 늘리기’가 심한 마당에 총리실까지 차관급 자리를 2개나 신설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또 법적인 문제도 불거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차장이라는 자리를 만들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나와 차장 대신에 대통령령을 고치면 되는 수석조정관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즉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이름을 ‘수석 조정관’으로 바꿔 차관급 자리를 1개 새로 만드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이제 문제는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됐다. 인사적체가 심한 재경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재경부는 김진표 부총리까지 나서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리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명되는 재경부측 인사보다) 행시에서 선배인 사람이 총리실에선 아직도 국장일 정도로 우리는 인사적체가 심하다’는 내부 반발이 표면화한 것이다.

국장급 간부가 고위 공무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총리실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 고건 총리가 “외부에서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한때 내비쳤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재경부에는 총리실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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