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땅 용도 급선회 ‘식지않는 의혹’

2003.06.01 18:39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 의혹이 ‘대선 후’로 옮겨지고 있다. 당초 급전(장수천 가압류 해제 비용) 마련에 맞춰졌던 땅 거래가 지난해 12월 대선후부터 2차 매매계약자인 ㅅ개발을 파트너로 삼아 ‘실버타운 개발’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ㅅ개발이 이씨를 이용했는지와 이씨가 ‘보이지 않는 힘’ 역할을 했는지가 앞으로 검증되어야 할 초점이다.

◇매매에서 개발로?=이기명씨 4형제는 지난해 11월25일 국민고충처리위에 주택공사를 상대로 ‘용인 땅 10만평에 12m 진입도로 2곳을 개설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1998년 주공이 이씨 일가 재산 16만평중 6만여평을 수용하는 바람에 진입로가 없어져 ‘맹지(盲地)’가 돼버린 땅이 한국리스여신의 가압류(2002년 6월)까지 당하자 재산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씨 형제는 앞서 진입로 개설을 위해 가압류 직후인 7월 현지인 최모씨 등 명의로 용인시에 5채의 농가주택 건설 허가를 신청, 6m 진입로의 법적 권한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관심은 국민고충처리위에 이씨 형제의 2차 탄원서가 제출된 대선 직후(12월26일)부터다. 탄원서는 요구하는 진입도로를 ‘폭 12m 2개’에서 ‘15m 1개’로 수정했다. 이씨가 아직 법인등기도 마치지 않은 ㅅ개발 사람들과 함께 본격적인 ‘실버타운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 시점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12m와 15m 도로는 3m 차이지만, 개발과정에선 격차가 엄청나다”며 “폭 15m 진입로가 있어야 1,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ㅅ개발 실소유주인 윤동혁 회장은 1월초 “이회장의 대리인으로 왔다”(주공 관계자)며 국민고충처리위의 용인 땅 현장실사에 참여했다.

1월27일에 국민고충처리위가 ‘별도의 진입도로 개설’을 권고한 뒤, ㅅ개발은 2월14일 용인 수지농협에 ‘이씨의 용인 땅에 노인주택 915가구를 짓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모두 이기명씨와 ㅅ개발의 정식계약(2월28일) 이전에 이뤄진 일이고, 이씨가 대선후 ㅅ개발과 땅 개발을 공동모색한 정황일 수 있다.

◇이기명 회장의 역할은=이씨의 적극성도 관측된다. 이씨 형제는 ㅅ개발과 함께 3월8일 주공 경인지역본부에, 5월7일엔 용인시에 ‘15m 진입도로 개설’ 청원서를 제출했다. ㅅ개발 박모 실장이 4월 중순 주공에, 이 회사 윤회장이 5월20일 경기도 신도시지원단장에게 ‘실버타운’ 구상을 밝히며 15m 진입도로를 요청하기 전에 이씨 형제가 나서 ‘다리’를 놓은 결과다.

초점은 윤회장이 ‘이기명씨 대리인’이라고 밝히고 다닌 배경과 대선후 이씨의 호가호위 여부다. 경기도 관계자는 “신설 부동산회사의 민원을 부이사관인 신도시지원단장이 직접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ㅅ개발과 함께 대선후 진입도로 확대를 위해 백방으로 뛰며, 자신의 땅(2만68평) 매매를 넘어 형제 땅(10만평) 전체의 개발이익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1일 2차 매매와 관련, “땅 매입자로 나선 ㅅ개발 윤회장은 이씨와 17년전부터 아는 사이”라며 “진입도로 개설 노력과 용인시에 대한 노인복지시설 건립 질의는 매매대금이 완불되기 전에 매도인(이씨)이 계약서상 협조 의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대통령이 ‘호의적 지인’이라고 밝힌 1차 계약의 진실도 규명돼야 한다. 이씨는 지난해 8~9월 1차 계약자에게 받은 계약금·중도금(15억원)으로 장수천 변제 비용을 만들었다. 그러나 갑자기 올들어 해약한 것은 ‘실버타운 구상’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올 2월20일에 회사 등기를 마친 ㅅ개발 관계자가 1차 계약때부터 관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기수·한동훈기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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