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불출마선언 왜?…정치 안착점 찾기 학자의 한계 절감

2007.05.01 09:34

“원래 뜻이 없었지만 주위의 권고가 간곡해 정치에 잠시 관심을 뒀다. 하지만 내 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전달하는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꼈고, 언론에 자꾸 이상하게 비쳐지는 데 상처받았다. 특히 정치권의 모 선배가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없지 않으냐?’고 묻기에 ‘돈 없다’고 했는데, 돈 걱정부터 하는 치사한 인간으로 비친 것에 무척 낙담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 하루 전인 29일 밤 한 지인에게 털어놓은 변이다.

鄭 불출마선언 왜?…정치 안착점 찾기 학자의 한계 절감

정전총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전총장은 “그동안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낼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정전총장의 대리인을 자청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회견 직후 “지식인으로서의 몸가짐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정치인으로서의 몸가짐, 양자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그 노력이 어렵게 됐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자로서 현실정치권 진입을 고민했지만 안착점을 찾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실제 정전총장은 정치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정운찬 지지’를 표방하는 대전의 한 단체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출범하자 주변에 화를 내며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뜨지 않는 지지율, 새 정치를 위한 대안 제시의 어려움도 요인이 됐다고 한다. 최근 그를 만난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전총장이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다 (정치를) 못하게 하고, 언론에도 노출은 됐는데 지지도가 꼼짝도 안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전총장은 사석에서 “아들이 ‘아빠 정치하면 잘 할 자신 있어?’라며 나가지 말라고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기보다 지역주의에 기대는 듯한 발언 등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는 데 대한 비판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지난해 12월26일 재경 공주향우회)는 발언과 대입 3불정책 폐지 주장 등을 두고 ‘정전총장이 과연 개혁진영의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를 해왔다.

정전총장이 범여권의 ‘대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고건 전 총리가 지난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정전총장은 “정치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속으로는 ‘고민 모드’에 돌입했다. “내가 대통령감이 되는지,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 당선된다 하더라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경향신문 3월3일자 5면 보도)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정전총장은 끝내 고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달 중순부터 불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성인 교수는 “정전총장이 지난 20일쯤 출마하지 않기로 최종 결심하고, 우리 제자들에게도 그런 생각을 밝혔다”면서 “그러나 재·보선에 뜻하지 않은 충격을 줄까봐 그 이후로 미루다보니 선언 날짜가 밀렸다”고 말했다.

정전총장은 지난 27일 측근을 통해 비밀리에 기자회견장을 예약했다. 그는 29일 오전에는 절친한 김종인 의원을, 오후에는 스승인 조순 전 서울시장을 만나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정전총장이 30일 기자회견장에 머문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는 회견 직후 김종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마웠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재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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