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경제해법’ 열어보니 ‘MB 판박이’

2009.10.09 18:38
이고은기자

첫 국가정책회의 주재… 비판적 입장서 후퇴해

노사관계도 ‘MB코드’

정운찬 총리가 9일 처음으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경제위기 해법을 내놓았다. 정 총리는 ‘야인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터여서 그가 총리로서 내놓을 첫 정책 방향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해법은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판박이’였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정부 부처 사이의 정책에 대한 이견과 주요 국정 현안 등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자리로 총리가 주재한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투자 확대를 기대한다”며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구했다. 이어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 노력과 함께 위기 이후의 미래에도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에서도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지만,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민간부문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혁신과 투자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 회복이 확고해질 때까지 우리는 기업과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1일 비상경제대책회의)며 최근 기업에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똑같은 접근 방식이다.

경제위기 해법의 하나로 ‘노사관계 합리화’를 앞세우는 것도 비슷하다. 정 총리는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이 기업의 몫이면, 생산성 향상은 근로자의 몫”이라며 “원칙을 준수하고 양보, 협력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내일(10일)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최근 공무원 노조문제 등과 관련해 노사관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면서 “(이는) 그간의 투쟁과 대결의 노사문화의 지속으로 불신이 심화되고 법과 원칙이 훼손됨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사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계의 투쟁을 원천봉쇄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의 정 총리가 전문영역인 경제분야에서도 이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에 충실한 모양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임기 초반이고 그러다보니 정 총리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자기 목소리는 없고 이 대통령의 말만 되풀이한다면 결국 ‘대독 총리’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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