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사퇴 선언' 윤희숙, 부친 '땅 투기' 의혹 확산···당 지도부 '고심'

2021.08.26 17:41 입력 2021.08.26 20:34 수정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거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결정을 만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거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결정을 만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 의원은 부친이 농지법 등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해 호평을 얻었지만 26일 농지 매입이 전형적 투기이고, 윤 의원도 연루됐을 것이란 의구심이 확산되면서다. 이 때문에 윤 의원 사퇴 선언을 앞세워 여권과 권익위 비판에 나선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윤희숙 지키기’가 자칫 더 큰 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농지 1만871㎡(3300평)를 사들인 것을 두고 시세차익 투기와 내부정보 이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권익위는 부친이 서울에 거주하면서 농삿일을 현지 주민에게 맡긴 정황을 확인하고 그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나아가 부친의 농지 구입이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 투기라는 의혹도 나온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농지 가격이 매입 당시 8억원에서 18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 매입 시기를 전후해 그 주변에 각종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2016년까지 세종시 소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 의원이 부친의 농지 매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어졌다. 윤 의원 제부인 장모씨가 농지 매입 직전까지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냈다는 사실도 거론되고 있다. 장씨가 장인인 윤 의원 부친의 농지 구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윤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부친의 토지 매입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으며, 수사과정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퇴쇼라 비난하기보다 다수당이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사퇴안을) 가결하셔서 사퇴를 완성시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장씨도 이날 입장을 내고 “장인어른이 세종시 전의면에 농지를 매입했단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윤 의원 부친은 이날 JTBC 인터뷰에서 투자 건물을 알아보러 갔다가 우연히 농지를 샀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앞으로 산업단지 생기고 그 건너에 전철이 들어오고…농사 지으려고 생각했는데 농사짓다가 보면 이럴 수도 있겠다. 욕심이 생기더라고요”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말을 아꼈다. 전날 윤 의원 사퇴 회견장까지 찾아와 그를 만류했던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추가 의혹 관련 질문에 “권익위가 통보한 사안과 무관하고, 저희 처분과는 관계 없는 새로운 사안”이라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의원 측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윤 의원 본인의 추가 소명과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당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얼토당토 않은 결정을 한 권익위야말로 심판의 대상”이라고 했던 김기현 원내대표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관련 내용을 거론하지 않았다. 윤 의원을 앞세운 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다가 자칫하면 당 전체가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어떤 의혹이 더 제기될지 모르고, 이제까지 알려진 농지 구매 과정만 해도 국민정서법을 건드릴 가능성이 크다”며 “지도부 입장에서는 당분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윤 의원을 몰아세웠다. 대선 주자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의원이 KDI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로 가족과 공모해 땅 투기를 한 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80세 부친이 연고 없는 땅에 농사짓고 여생 보낸단 말을 신뢰할 국민이 몇 명 되겠느냐”며 “윤 의원이 KDI의 내부정보를 활용해 부친에게 부동산 투기를 권유한 것은 아닌가, 부친에게 투기자금을 지원했거나 차명으로 소유한 건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앞서 권익위 조사에서 모친 땅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회견을 열고 “윤 의원이 참가했던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위는 제 가족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가족 투기 의혹에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대로 돌려드리겠다. 윤 의원도 ‘투자의 귀재’가 아닌지 증명하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세종시 특별공급(특공) 특혜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회견에서 “윤 의원도 특공 특혜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KDI 재직 시절인 2014년 ‘이전기관 특공’으로 세종시 한 아파트를 2억4500만원에 분양받아 전세를 줬고, ‘나도 임차인입니다’ 국회 발언 이후 세종 아파트가 논란이 되자 2억35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다는 것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에서 “윤 의원의 부친 농지법 위반은 완전히 소명된 것이 아니다. 투기의 합리적 의심이 당연하다”며 “권익위 조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물타기도 모자라 나라 위해 제 한 몸 희생하는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시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박수영 의원이 SNS에서 “가짜뉴스로 선동하지 말라”며 윤 의원을 옹호했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농지 주변의 산업단지 5개 중 4개는 KDI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이 아니고, 남은 1개의 국가산단도 농지 매입 이후인 2020년 9월에 예타가 통과되었다는 반론이다. 박 의원은 “미래를 보는 예지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2020년 예타 결과를 미리 알고 땅을 샀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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