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반지성주의’ 언급, 윤 대통령이 유일…30분 분량, 직접 고쳐 16분으로 줄여

2022.05.10 21:06 입력 2022.05.10 23:49 수정

역대 대통령 취임사와 비교

‘재건’ 표현 처음으로 발언
대선 때 강조한 ‘공정’ 3번
‘상식’은 한 번도 언급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16분 분량의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국민’과 ‘시민’이란 단어를 각각 15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많이 쓴 10개의 단어를 역대 대통령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특색 있는 단어나 구체성을 띤 단어가 적었다. 1997년 이후 두 번째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한 대통령임에도 국회의 협력을 요청하는 단어는 없었다. 대신 ‘반지성주의’의 폐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비서진이 보고한 30분 낭독 분량의 초안을 대폭 축소·수정해 취임사를 직접 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총 35차례 언급했다. ‘국민’ ‘시민’을 각각 15회, ‘나라’를 14회 썼다. ‘세계’(13회), ‘평화’(12회), ‘국제’(9회), ‘위기’(8회), ‘연대’(6회) 단어도 자주 등장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적 위기가 국내 경제, 사회 전 분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만 쓴 단어는 ‘반지성주의’와 ‘재건’이다. 윤 대통령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고 했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단어 모두 전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의미가 담겼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 외에 협력, 소통, 통합 등의 단어를 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워온 ‘공정과 상식’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공정은 3번 언급하는 데 그쳤고 상식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사는 총 3440자로 약 16분간 낭독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 분량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 7170자(25분), 노무현 전 대통령 5103자(20분),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8688자(27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5196자(20분), 문재인 전 대통령 3121자(11분)였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민족(20회)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는 민족을 자존(8회)이라는 단어와 엮어 ‘민족자존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고, 실제 1988년 ‘7·7 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다. 직선제 개헌 이후 당선된 첫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주(20회)라는 말도 많이 사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족(15회), 신한국(12회), 개혁(5회), 부정부패(4회), 척결(2회) 등의 단어를 많이 썼다.

외환위기 속 정권을 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제를 26회, 기업을 19회 언급하고 극복을 10회 외쳤다. ‘남북’도 14회 썼다. 1998년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 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협력’을 10회 사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북아(18회), 평화(17회), 북한(10회) 등의 단어를 많이 써 지향점을 확실히 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씨는 기업(14회), 경제(11회), 선진화(9회)를 많이 사용했다.

박근혜씨는 행복(20회), 창조경제(8회) 등을 거듭 언급했다. ‘국민행복시대’ ‘경제민주화’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33회), 권력(4회), 대화(4회)를 언급하며 권력 분산과 견제, 소통을 약속했다. 국민(24회)보다 대통령(33회)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썼다. 자신이 ‘어떠어떠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식의 표현이 많았다. 직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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