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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장애인 예산 ‘국고보조 상향’ 의무 미이행···지자체 부담↑

2023.09.29 06:00 입력 2023.09.29 10:21 수정

총 10개 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상향 의결에도

예산안에 한 건도 반영 안해 ‘세수 펑크’ 외면 지적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형석 의원실 제공.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형석 의원실 제공.

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해야 할 청년·장애인·아동 등 취약계층 국고보조사업 예산 의무 증액분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는 59조1000억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내년도 중앙정부의 사업 집행을 떠안은 지방정부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부자 감세’를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세수 펑크는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29일 입수한 ‘2023년도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의결결과 이행 내역’을 보면, 정부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통해 총 10개 사업에 대한 국비 보조 비율을 높이기로 의결했지만 단 한 건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매년 지방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업을 심의·의결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다. 정부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의 의결 사항을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올해 총 10개 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상향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의결했지만 정부는 이를 단 한 건도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10개 사업 대부분은 청년·장애인·아동 등 취약계층 복지 사업이다. 청년 정책 개발 및 지원체계 기반 구축(총 사업비 523억원), 발달장애인 지원(302억원), 장애아동 가족지원(815억원7000만원), 부모급여 및 첫 만남 이용권 지원(4조7053억원), 중증장애인 자립생활(120억원), 신중년 사회공헌 활동지원(608억7000만원), 택시산업 지원(163억원),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104억원), 농업인 안전재해예방 지원체계 구축 및 농작업 재해예방(71억2000만원),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550억4000만원) 사업 등이다.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중앙정부 사업 예산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지자체의 자체사업비 비중은 2019년 49.4%에서 올해 45.3%로 감소했지만, 보조사업비 비중은 50.6%에서 54.7%로 늘어났다. 국가 시책에 따른 복지정책 등 국고보조사업 집행액이 커지고 지자체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떨어졌다. 지방정부의 올해 평균 재정자립도는 50.1%,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7.7%에 그친다. 전체 243개 지자체 중 171개 지자체(70.4%)의 재정자립도는 30% 미만이다. 지방세 수입만으로 자체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체의 47%인 90곳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1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면서 지방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은 341조4000억원으로 예산안 400조5000억보다 59조1000억원 덜 걷혔다. 국세가 줄면서 지방교부세 세수도 2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정부의 채무는 점점 늘어나 2019년 24조2000억원에서 올해 32조6000억원으로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석 의원은 “올해 국세와 지방세 세수 펑크는 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감소 등 친기업 정책의 영향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 내년부터는 국무총리 소속이던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위상이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격하된다. 국회는 지난 7월 정부가 발의한 이러한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일 때도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각 부처가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의결 사안을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는데 위원장이 행안부 장관이면 위원회가 더 힘을 잃을 수도 있다”며 “지방재정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책임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3년도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의결결과 이행 내역. 농업인 안전재해예방 지원체계 구축 및 농작업 재해예방,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사업은 정부가 국고보조율을 100%로 상향하거나 법령 개정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행’으로 처리했으나, 보조율 상향에 따른 예산이 반영되지도 않았고 법령 개정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3년도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의결결과 이행 내역. 농업인 안전재해예방 지원체계 구축 및 농작업 재해예방,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사업은 정부가 국고보조율을 100%로 상향하거나 법령 개정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행’으로 처리했으나, 보조율 상향에 따른 예산이 반영되지도 않았고 법령 개정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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