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노동신문에 기고 “서방 통제 안 받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 발전”

2024.06.18 07:31 입력 2024.06.18 16:11 수정

1면에 기고…2019년 시진핑 주석 이후 두 번째

방북 전 북 주민들에게 양국 발전적 관계 선전

루블화 기반으로 북·러 무역 거래 늘리나

미국 비난하며 “변함없이 북한 지지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북한 공식 매체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에 앞서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양국 관계의 발전을 선전한 것이다.

이날 노동신문 1면에는 푸틴 대통령이 기고한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국가방문을 진행하기 전에 나는 우리 국가들 사이 동반자적 관계의 전망과 그것이 현 세계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하여 조선과 해외의 로동신문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양국의 친선·선린 관계가 7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이중 기준에 기초한 세계적인 신식 민주의 독재”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 그 추종국들은 저들의 목적이 로씨야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는 데 있다고 공공연히 떠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로씨야는 어제도 내일도 교활하고 위험하며 침략적인 원쑤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영웅적인 조선 인민을 지지하였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며 “또한 우리는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며 “또한 이와 함께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양국 고등교육기관 간 과학 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 문화·교육·청년·체육 분야 교류 등 “인도주의적 협조”도 발전시킬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두 국가 공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에 이바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굳게 확신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강조한 것은 양국 간 무역 거래를 러시아 루블화를 기반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4년 무역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지만 루블화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다. 북·러 교역 규모 자체가 작았고 북한도 달러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비판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도 눈에 띈다. 미국을 “신식 민주의 독재(국가)”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자주정책을 펴는 나라들”을 “세계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신문에 기고한다면 해당 국가(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돼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간 것은 러시아가 현재 하고 싶은 말,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가 밀착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미국의 위협으로 둔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공통의 적인 미국 이외에, 한국·중국 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의 경우처럼 미국에 대해 부당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봤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군사협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적 지원을 하는 북한에게 ‘최소한’의 무기 기술지원만 하려는 뜻을 우회적으로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푸틴 대통령이 직접 기고문을 낸 것은 처음이다. 북·러 밀착의 명분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찾으면서, 양국 간 교류가 북한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국 정상이 노동신문에 기고한 것은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국빈 방문을 앞두고 기고문을 게재한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5년 전 시 주석의 방북과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부터 1박 2일간 북한을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이날 저녁 평양에 도착하는 일정이어서 정상회담은 19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두 정상은 공동 문서에 서명한 뒤 이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전날 이 문서에 군사기술 협력·군사 지원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느냐는 질의에 “체결된다면 이 문서는 추가 협력의 전망을 설명하고, 국제 정치와 경제 분야, 안보 문제를 포함한 모든 라인의 관계 분야에서 양국 사이에 최근 일어난 일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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