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순방’으로 말문… 이명박·박근혜 100분 독대에 5분 브리핑

2012.09.02 22:02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오찬 회동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100분간 진행됐다.

박 후보가 오전 11시59분 백악실에 먼저 입장했고 곧바로 이 대통령이 나타났다. 박 후보는 이날 흰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었고, 회색 손가방을 손에 들었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에게 다가가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광폭 행보를 한다고 들었다”며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선 채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 대통령은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고”라며 박 후보에게 근황을 물었다. 박 후보는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다.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지만 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원형 테이블 앞에 앉아 화제를 바꿨다. 박 후보가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그린란드를 간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가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그린란드에서는)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하고, 북극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것이다.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된다”고 밝혔다.

양측 만남은 초반부 4분간만 공개됐다. 오찬은 철저한 비공개였다. 박 후보 측은 최경환 후보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이, 청와대에서는 하금열 대통령실장,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이 함께했다. 하지만 실제 오찬이 시작된 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만 남고, 다른 이들은 오찬장을 빠져나왔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단독회동 때마다 이런 식으로 ‘단둘’만 만났다. 2010년 8월 95분간, 2011년 6월 55분간, 2011년 12월 25분간 회동 모두 배석자 없이 ‘완전 비공개’로 진행됐다.

100분간 회동이 끝난 뒤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상일 대변인은 “두 분 다 얼굴은 밝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별도의 메모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회동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찬 브리핑을 했다. 다만 사전에 당 관계자가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선 후보의 100분간 회동이었지만 브리핑은 5분이 다였고, 이 대변인의 “이상(以上)입니다”란 말로 사실상 끝났다.

기자들이 브리핑 후 질문공세를 했지만 이 대변인은 “브리핑 외의 내용에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 발언 위주로 브리핑됐다’는 질문에 “(청와대와) 조율해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논의는 없었느냐’는 물음에도 이 대변인은 “어떻게 알겠느냐”고만 했다.

이 대변인은 전화통화에서 “두 방송사가 브리핑을 생중계한다고 하는데 질의응답 때 내가 계속 ‘모른다’고 할 수 없어서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적인 질의응답 회피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