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통령·여당후보 만남… 대통령 탈당 않고 동행할 가능성

2012.09.02 22:02 입력 2012.09.02 23:47 수정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단독 회동했다. 양측은 태풍피해 복구, 성폭력 등 안전문제 등 민생 관련 논의만 공개했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이번 회동으로 대선 정국까지 두 사람이 동행할 가능성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민생 대화만 공개

박 후보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둘의 대화는 민생 분야로 한정됐고, 박 후보가 주도했다. 브리핑도 박 후보 측 이상일 당 대변인이 전담했다. 청와대는 “일점일획도 보탤 게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b>대선 석 달 앞두고… 이 대통령·박근혜 회동</b>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 후보는 회동에서 “대학생 반값 등록금과 0~5세 양육수당 확대 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학생들이 어렵다는 것과 여성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석 달 앞두고… 이 대통령·박근혜 회동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왼쪽)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 후보는 회동에서 “대학생 반값 등록금과 0~5세 양육수당 확대 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학생들이 어렵다는 것과 여성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후보는 2일 낮 청와대에서 100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과 단독 오찬회동에서 “민생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특별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학 반값 등록금과 0~5세 영·유아 보육수당 확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학생들 어려움과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 기간으로 정하고 민관합동으로 반사회적 범죄의 예방체계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박 후보는 태풍 피해와 관련, “지원의 사각지대가 많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 실제 100분간 무슨 이야기

브리핑에선 3가지 민생 현안 관련 대화만 공개됐다.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만남 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여 만의 만남이고, 100분간 마주 앉았던 것을 보면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의 성공과 박 후보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던 2010년 8월 합의의 구체적 버전이 논의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주변 의심과 소문에 대해 확인했을 수도 있다. 이재오 의원 등 당내 친이계 입장 정리와 지원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대선을 위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등의 수위를 물었을 수도 있다.

■ 서로에 대한 배려 확인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 간의 단독회동은 2002년 4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만난 이래 10년 만이다. 17대 대선 땐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 간 만남은 당·청간 갈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은 이 대통령이나 박 후보 모두 서로를 만족시키는 형식과 내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말은 아끼면서 ‘대통령을 활용하라, 도울 수 있는 범위에서 돕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후보 또한 인기 없는 대통령과 회동을 먼저 제안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배척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화합의 모양을 취함으로써 비박근혜(비박)계와 당 내부 갈등 소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박 후보는 집권당 후보로서 대통령에게 구체적 정책들을 제안하고 원론적 차원이라도 긍정적 답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정치적 대화가 오갔는지에는 철저히 함구하고 정책 제안만 공개함으로써 ‘이명박근혜’라는 비판도 피해갔다.

민주통합당이 견제구를 넣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다. 김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특정당 대선 후보의 정책과 공약사항을 들어주는 모양새”라며 “선거중립을 훼손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 탈당 안 하는 대통령 나올까

이번 회동을 통해 일단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대선까지 남은 3개월여 동안 동행할 가능성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이나 청와대 모두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선제를 택한 1987년 이후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권 마지막까지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회동을 계기로 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이 대통령에게 탈당하라고 할 일도 없고, 같이 가는 모습으로 새로운 전례를 만들면 좋다는 것이다.

물론 낙관하기는 이르다. 여야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뒤집어지면 박 후보 측이 정책적 차별화를 넘어 정치적 단절을 택할 수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이 대통령의 추가 실정이 부각되거나 주변에서 스캔들이 터질지도 변수다.

정책적으로도 청와대는 박 후보의 입장에 침묵하고 있을 뿐 동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청와대는 박 후보가 요청한 반값 등록금에 이 대통령의 “잘 알고 있다”는 말은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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