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핵심공약 후퇴

대책없는 세수감소에 막힌 ‘돈줄’… 공약가계부 ‘공수표’ 우려

2013.09.23 22:21 입력 2013.09.23 23:27 수정

재원조달 임기말로 미뤄놨지만 세수결손 벌써 10조원

복지·SOC 축소도 어려워 “공약 이행 증세밖에 길 없어”

지난 5월31일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을 담은 ‘공약 가계부’가 발표됐다.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향후 5년간 134조8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공약 가계부는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이라며 “국민 약속은 반드시 이행하는 신뢰 있는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열어 경기부양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열어 경기부양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기초연금이 예산 부족으로 흐지부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공약 가계부는 나온 지 4개월도 못돼 ‘공수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사실 공약 가계부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틀에 숫자만 꿰맞춰 놓았을 뿐 재원조달 방안에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약 가계부 작성 실무를 맡은 기재부 내부에서도 재원 조달이 의도한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관료는 거의 없었다.

공약 가계부를 보면 정부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향후 5년간 50조7000억원의 세입을 늘리고, 84조1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도록 돼 있다. 집권 말기인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6조8000억원과 42조6000억원을 배정해 재원 조달 일정을 최대한 미루는 ‘꼼수’를 썼지만 당장 올해에만 2조9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고 4조5000억원의 세출을 절감해 총 7조4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우려한 대로 공약 가계부는 첫해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는 국채 발행 등으로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재정 상태도 좋지 않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정부 지출 증가로 상반기 재정적자만 46조원에 이른다. ‘8·28 부동산 대책’ 중 주택 취득세율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 3조원을 어떻게 메울지도 막막하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직장인의 세부담 증가 상한선을 3450만원으로 설정한 세법개정안 내용이 수정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향후 5년간 18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박근혜 핵심공약 후퇴]대책없는 세수감소에 막힌 ‘돈줄’… 공약가계부 ‘공수표’ 우려

정부 대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늘기를 바랄 뿐이다. 현재로서는 올해 말과 내년 경제를 낙관하기도 어렵다.

돈 들어올 곳은 없는데 나갈 곳은 많다. 계획대로라면 5년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1조6000억원 줄여야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행이 쉽지 않다. 저소득층이나 농어민·장애인 예산은 줄일 수가 없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지방공약도 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105개 지방공약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총 124조원이 필요하다.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공약을 이행하는 방법은 증세(增稅)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증세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 대통령이 최근 증세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기재부 국장급 인사는 “증세 없는 복지는 모순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 시점에서 증세와 복지 중 어떤 것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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