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 엔진 빨리 꺼진 원인은 ‘헬륨탱크 이탈’

2021.12.29 20:44

과기부·항우연 발표…2차 발사, 내년 하반기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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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제 탱크 내 액체산소 부력 커지며 헬륨탱크 크게 요동
충격받은 탱크에 균열 생겨 산화제 누수…46초 일찍 연소

지난 10월21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지 못한 이유는 3단 로켓 안 헬륨 탱크가 고정장치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산화제 탱크를 파손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기술적인 보완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년 5월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도 하반기쯤으로 미뤄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의 분석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누리호는 발사 뒤 연구진이 목표로 한 고도 700㎞까지 상승했지만, 중량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로 지구 궤도에 밀어 넣지는 못했다. 3단 로켓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졌기 때문이다.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한 위성 모사체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호주 인근 바다에 추락했다.

조사위는 분석 초기에 3단 로켓 내부에 있는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떨어져 엔진이 빨리 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누리호 발사 중에 얻은 2600여개 데이터를 기초로 비행 과정을 분석했다.

조사위는 누리호 3단 엔진이 빨리 꺼진 이유가 헬륨 탱크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헬륨 탱크는 누리호 3단 로켓을 구성하는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다. 산화제 탱크에는 액체산소가 차 있는데, 액체산소의 부력이 누리호가 상승하던 도중 커지면서 헬륨 탱크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헬륨 탱크 고정장치가 풀려 버렸고, 이때부터 헬륨 탱크가 크게 요동치면서 산화제 탱크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줬다.

결국 산화제 탱크에는 금이 갔고, 안에 든 산화제가 샜다. 3단 엔진에 들어가는 산화제 양이 줄어들자 정상적인 엔진 연소 시간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조사 결과, 누리호에선 이륙 36초 만에 특이 진동이 감지됐다. 이때부터 헬륨 탱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개발진은 중력 가속도가 ‘1G’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부력에만 대비해 탱크 고정장치를 설계했다. 누리호가 1단 로켓을 점화한 뒤 강력한 힘으로 상승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1단 로켓 비행 도중에 나타난 가속도는 설계 때의 4배가 넘는 4.3G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헬륨 탱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발사 성공의 꿈도 날아갔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논의한 바로는 5월 누리호 2차 발사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헬륨 탱크 고정장치와 산화제 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등 보완 작업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인적 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는 로켓에 왜 1G 환경을 기초로 한 부품을 설계해 장착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에 밝혀진 원인은 사람에 의한 실수, 즉 ‘휴먼 에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문제가 있는 설계가 있어도 여러 사람이 ‘크로스 체크’를 해 결국 걸러낼 수 있도록 인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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