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토크

LG 이순철 감독

2005.11.01 20:15

[생생토크] LG 이순철 감독

#“2번의 실패, 많이 배웠죠.”

“야구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2년간의 성적 부진에 대한 원인을 묻자 이감독은 “아픈 과거를 왜 또 들추어내느냐”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삼성 선동열 감독과 함께 광주 태생으로는 유일한 해태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다. 프로야구선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인왕도 받았고, 골든글러브도 5차례나 수상했다. 현역 17년 통산 145홈런에 371도루를 기록한 그는 ‘잘 치고 발 빠른’ 선수에게 따라붙는 호타준족의 원조격이다. 코치 생활도 순탄했다. 스타군단 삼성에서 코치를 시작한 뒤 LG로 옮겨 개성 강한 선수들을 무리없이 독려했다.

“그런데 감독은 혼자 야구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 감독은 “코치들과 대규모의 선수단을 모두 챙겨야 하는 수장의 역할, 선수 때는 나 혼자만 야구 잘하면 됐지만 그게 아니더라”며 지난 2년을 되새겼다.

부임 첫해이던 2003년. 이감독은 목표를 우승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물론 이감독이 생각하는 종착역은 우승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2년 연속 6위.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도 했다. 2003년에는 4년간 30억원의 거액에 진필중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거 출신의 용병 알 마틴도 사 왔다. 올시즌 전에도 메이저리그의 특급 유망주 마테오 영입에 고무됐던 게 사실이었다.

“핑계도, 변명도 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부상선수들이 너무 많아 한계를 느꼈던 건 사실입니다.”

#“나도 LG팬입니다.”

개성이 강한 팀. 팬들의 피드백이 가장 많은 구단. LG 홈페이지의 게시판인 ‘쌍둥이마당’을 뜨겁게 달궜던 프랜차이즈 스타들과의 결별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모두 이감독의 부임 이후였다.

그러나 이감독은 “내가 가장 아쉬운 사람 중 하나입니다. 나도 LG에 정이 들었고, 그 친구들과 이별하기 싫었다”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한 김재현,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접고 코치로 변신한 유지현, 군에서 제대했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던 서용빈….

“(이)상훈이와의 문제는 지금도 아쉽습니다.”

구단과의 개연성을 뗄 수 없었던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무엇보다 안타까움이 남는 부분은 로커로 변신한 이상훈과의 결별이었다. 순전히 이감독과 이상훈 간의 문제였다. 이감독은 지난 2003년 말 ‘기타 파문’으로 촉발돼 트레이드, 은퇴 과정을 겪은 이상훈에 대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시즌만은 진주캠프에서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서용빈의 재기에 적극 앞장설 생각이다.

#쉽고도 어려운 서울팀 감독

‘자기밖에 모른다’ ‘동료애가 없다’…. 서울팀 선수들에 대한 선입견이다. 이감독은 기자들이 이런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며 적극 선수들 변호에 나선다. 사실 올시즌만 해도 김민기·조인성 등과 갈등이 있었다.

그는 “서울팀 선수들이라 그런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면서 “감독과 선수간의 진실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다. 뜨거운 팬들의 반응. 가장 많은 관중 동원. 성적만 나아지면 LG 감독처럼 쉽고도 뿌듯한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

“기아는 9일 훈련하고 하루 쉰다는데요 뭐.”

올시즌 나란히 6위와 최하위로 처진 명가 LG와 기아는 가장 먼저 남쪽으로 내려왔다. 4일 훈련 하루 휴식으로 진행되는 훈련이 벅차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감독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린 선수들부터 새로 온 코치들까지 모두 다시 한번 해보자는 각오들입니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죄’로 쉴 여유가 없지만 이들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 전력보강이 얼만큼 이뤄질지는 미지수. 그러나 일단 자신의 남은 역량과 야구에 대한 열정, LG에 대한 사랑을 내년 시즌에 모두 바칠 작정이다. ‘올인’이다.

- 이순철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1961년 4월18일 ▲출신학교=광주서림초∼전남중∼광주상고∼연세대 ▲신체조건=173㎝·78㎏ ▲연봉=1억3,000만원 ▲선수경력=해태(82~88년)-삼성(98년) ▲현역 통산성적-타율 2할6푼2리, 145홈런, 612타점, 371도루 ▲수상경력=85·88·91·92·93년 골든글러브, 85년 신인상 ▲코칭스태프 경력=삼성 코치(99~2000년) LG 코치(2001~2003년) LG 감독(2004~)

〈진주|성환희기자 hhs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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